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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 회의록 폐기' 백종천·조명균, 유죄 확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8 11:35

수정 2022.07.28 11:35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비서관. /사진=연합뉴스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비서관.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참여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회의록 폐기 논란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NLL 포기 발언과 관련된 정쟁 끝에 새누리당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고의로 폐기·은닉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자신의 발언을 감추려고 백 전 실장 등에게 회의록을 이관하지 말라고 지시해 이들이 회의록 초본을 삭제했다고 보고 2013년 11월 불구속 기소했다.


조사 결과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10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작성한 뒤 청와대 통합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시스템'으로 '문서관리카드'를 생성하고 회의록 파일을 첨부해 노 전 대통령에게 결재 상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 파일을 열어 내용을 확인한 다음 '회의록 파일의 내용을 수정·보완해 e지원시스템에 올려 두고, 총리·경제부총리·국방장관 등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의 의견 파일을 문서관리카드에 첨부해 조 전 비서관에게 내려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비서관은 '종료 처리' 항목을 선택하지 않은 채 2008년 1월 문서관리카드를 '계속 검토로 처리했고, 이후 e지원시스템에서는 문서관리카드 정보가 삭제돼 인식이 불가능해졌다.

검찰은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이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된 문서관리카드를 무단 폐기한 것이라고 보고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문서관리카드를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이들이 삭제했다는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 기록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로 결론 내렸다. 기록물 '생산'으로 보려면 결재권자가 내용을 승인해 공문서로 성립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해당 기록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승인'이 아닌 '재검토·수정' 지시를 명백히 내리고 있으므로 대통령 기록물로 생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1·2심은 또 회의록 초본의 경우 당연히 폐기돼야 할 대상이라며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도 무죄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의 내용을 확인한 후 회의록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에 서명을 생성함으로써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는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다"며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노 전 대통령이 수정·보완을 지시하기는 했으나 이미 회의록 내용을 열람하고 내용을 확인했다는 점과 문서의 성격·내용 등을 감안하면 문서관리카드는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 2월 이들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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