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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 참패해도 괜찮아"… '반값 공모주' 찾아 줄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8 18:03

수정 2022.07.28 18:03

펀더멘털 우수 기업도 흥행 저조
투심 약화로 IPO시장 위축된 탓
에이프릴바이오·청담글로벌 등
몸값 낮춘 상장에 개인투자 몰려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업들이 저조한 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몸값을 낮춰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들의 공모가가 저렴해지면서 '반값 상장'으로 해석돼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28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에이프릴바이오는 시초가(1만9500원) 대비 2100원(10.77%) 오른 2만1600원에 거래됐다. 시초가는 공모가(1만6000원)보다 21.9% 높게 형성됐다.


에이프릴바이오는 IPO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이 14.43대 1이었고, 일반청약은 4.76대 1에 그쳤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장 초반 29.74%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찍기도 했다. 공모 예정가는 2만~2만3000원이었으나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 공모가를 1만6000원으로 대폭 낮추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지난 21일 코스닥시장에 들어온 루닛도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루닛 역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7.1대 1로 저조했다. 공모가가 희망밴드(4만4000~4만9000원) 하단보다 30% 이상 낮은 3만원으로 결정되자 개인투자자들이 줄을 섰다.

당일 공모주를 받은 기관 및 외국인이 각각 6604억원어치, 453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사이 개인은 1조5734억원을 사들이면 상한가를 만들었다.

이 같은 '반값 상장'은 IPO 시장 위축으로 기업들이 공모가를 낮추고, 유통가능물량을 축소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코스피기업이나 상장이 급하지 않은 기업은 상장 일정을 미룰 수 있으나 투자가 급한 기업은 공모가를 낮춰서라도 상장을 선택해야 한다.

지난달 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청담글로벌도 수요예측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상장 후 주가가 상승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25대 1에 불과했고, 공모가는 희망밴드(8400~9600원) 하단보다 30% 낮은 6000원이었다.

청담글로벌은 공모가 인하뿐만 아니라 주식 수도 줄였다. 구주 매출, 신주 발행을 줄여 상장 당일 유통 가능한 물량의 비중을 41.35%에서 24.93%까지 축소했다. 이에 상장 후 6거래일 만에 주가는 공모가 기준 175% 뛰어오르기도 했다.

보로노이 역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후 한 차례 상장을 철회했고, 공모가를 낮춰 지난달 2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최종 공모가를 희망밴드(4만~4만6000원) 하단인 4만원으로 정했다.

첫날에는 장중 2만9100원까지 떨어지며 공모가 대비 27% 손실을 내기도 했으나 단기간에 공모가 수준을 회복했고, 이달 11일에는 장중 5만2600원까지 올랐다.

이와 반대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한 성일하이텍은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 실패했다. 성일하이텍은 수요예측에서 226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 기관 수요예측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청약에서도 증거금을 20조원 넘게 끌어모으며 흥행몰이를 했다.

하지만 이날 시초가(8만8200원) 대비 1만1700원(11.71%) 하락한 8만8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반값 상장'에 한동안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단순히 공모가를 낮춰 상장해 주가가 저렴한 효과를 누린 것이기 때문에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하긴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이지만 일시적으로 투심이 약화된 상태에서 공모가를 낮춰 상장한 곳은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기업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아 수요예측에 실패했는데 단순히 주가가 싸다고 주가가 오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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