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
자폐스펙트럼장애 가진 변호사의 성장기
9회 시청률 15.8%까지 뛰며 화제몰이
해외서도 K-드라마 또다른 축으로 주목
담백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장애·공생·공정 등 여러 담론 생산
자폐스펙트럼장애 가진 변호사의 성장기
9회 시청률 15.8%까지 뛰며 화제몰이
해외서도 K-드라마 또다른 축으로 주목
담백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장애·공생·공정 등 여러 담론 생산
"10살 딸이 처음으로 몰입했다"며 자신도 "우영우 보다 울었다"고 밝힌 50대 영화감독부터 "나이 50에 드라마 본방 사수할 줄 몰랐다"는 전문의까지 각계각층의 반응도 뜨겁다.
드라마가 주는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 터치와 등장인물들의 확고한 캐릭터, 탄탄한 스토리, 주·조연 할 것없는 환상의 케미 탓인지 1회(0.9%)로 시작해 27일 9회 시청률이 15.8%로 무려 15배나 올랐다. 한 마디로 대박난 드라마가 됐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우영우'(박은빈)가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드라마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유인식 PD가 연출하고 영화 '증인'의 문지원 작가가 대본을 썼다. 신생 ENA채널과 넷플릭스에 동시 방영 중인 이 따뜻하고 담백한 드라마는 국내에선 자폐장애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을 생산하며 화제몰이 중이며, 해외에서는 '제2의 오징어 게임'으로 불리며 k한류 드라마의 또 다른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증인'서 출발 "우영우 캐릭터 원동력"
유인식 PD는 지난 26일 '우영우'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의 높은 인기에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결국 드라마의 성패는 사람들이 캐릭터를 얼마나 이해하고 사랑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며 주연배우 박은빈에게 감사를 전했다. 판사출신 문유석 작가는 "사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며 "박은빈 만세"를 외쳤고, 앞서 본방 사수한다는 전문의는 "이상형이 김연아에서 박은빈으로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놀랍게도 매력은 우영우의 장애에서 나온다"고 짚었다. "장애는 잘못도, 차별·혐오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강조한 그는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단지 다수와 조금 다를 뿐이다. 드라마에서 우영우의 장애를 배려해주기로 마음먹은 순간, 장애는 오히려 매력이 된다"고 부연했다.
온 국민이 푹 빠진 우영우는 어떻게 탄생됐을까. 문지원 작가의 전작 영화 '증인'(2019)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스릴러 장르의 대본을 쓰다 살인사건의 목격자로 자폐아를 떠올렸고 자료조사를 하다 이들이 갖고 있는 특성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고 놀랐다고 했다.
"독특한 사고방식과 엉뚱함, 강한 윤리의식과 정의감, 특정한 관심대상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엄청난 기억력…자폐의 명과 암중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주로 부각해 우려했는데 자문 교수님이 오히려 더 좋다고 해주셔서 힘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지우가 자라서 우영우가 됐다는 시청자의 추론은 맞을까. 문 작가는 "영화를 좋게 본 제작사 PD들이 지우가 성인이 됐을 때 변호사가 되는 게 가능할지, 그 이야기를 16부작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지도 물었다"며 프로젝트의 출발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우는 지우고, 우영우는 우영우"라는 게 문 작가의 대답. 그는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고 나면 그 작품 속 인물들이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 같다"며 "지우는 아마 '우영우'를 본방사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에서 우영우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실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9년에 미국에서 변호사가 된 20대 여성 헤일리 모스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매번 업무수행 능력을 설명해야하는 현실에 지쳐 로펌에서 퇴사, 현재는 유튜버이자 작가, 장애인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우영우' 현실에 있다? 없다?
자폐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킨 '우영우'는 다양한 파장을 일으켰다. 중학생들 사이에서 장애우를 비하하는 단어로 우영우가 사용된다는 온라인 제보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는가 하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우영우에 열광하면서 왜 자신들은 비난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하면서 '다른 반응'이라는 만평을 올렸다.
'우영우는 현실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문 작가는 이에 "아무리 드라마가 선의와 호의로 가득 차 있어도, 자폐인 당사자나 가족들에겐 복잡한 심경을 전해줄 것 같다"며 드라마의 한계를 인정했다. 하지만 드라마 자체보다 드라마를 계기로 쏟아지는 각계각층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살만하거나 나은 곳으로 바꾸길" 바랐다.
그중에서 자폐아 가족의 시청후기는 무관심의 영역에 있던 자폐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히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한 시청자는 "우리 아이는 천재는 아니지만 우영우와 겹치는 게 너무 많아서 한 회 한 회 엄청 울면서 보고 있다"면서 "한국이 전 세계에서 자폐 유병률이 2위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점점 더 고립되는 것 같다. 옆에 자폐인이 있다면 특별하게 대하지도 말고 그냥 똑같이 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튜버 동주C는 아예 '우영우'를 매개로 '자폐아 엄마가 설명하는 우영우 반향어, 상동행동' 등의 영상을 만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편하자고 만든 모든 것들, 밝은 불빛, 핸드폰 소리...이런 건 모든 감각이 예민한 자폐인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들”이라며 “그런데도 자폐인들은 이 모든 것을 참는다. (아들) 재준이는 눈을 감으며 참고, 영우는 고래소리를 들으며 참고"라고 했다. “그들은 비자폐인들을 위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참는다. 참을 수 없는 것들도 참아가며 밖으로 나온다.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라고 했다.
■당신은 최수연, 권민우 중 누구?
무엇보다 '우영우'는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우영우가 내 이웃이나 동료라면. 지난 27일 방송된 9회에서 직장 동료 이준호(강태오)는 마침내 우영우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둘의 러브라인은 판타지에 판타지를 더한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했냐는 지적도 있었다. 문 작가는 이에 대해 "사랑은 한 사람의 성장에 필수요소"라며 우영우도 예외가 아니라는 말로 부지불식간의 편견을 꼬집었다. 또 주변 캐릭터에 대해 "경쟁이 치열한 대형로펌에 우영우 같은 인물이 던져지면 주변 인물은 어떤 심정일지 생각했다"며 "영우는 배려와 양보가 필요한 약자지만 동시에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강자"라고 말했다. "최수연(하윤경)처럼 내적갈등하면서도 도와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권민우(주종혁)같이 역차별이 아니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을 거다. 정명석(강기영)은 내가 생각하는 멋짐이 많이 투영된 캐릭터다."
6부를 남겨뒀지만 촬영을 마친 박은빈은 "개인적으로 저는 최종회가 참 좋다. 영우를 끝까지 열렬히 응원했던 한 사람으로서는 가슴 훈훈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라고 귀띔한 뒤 특히 "'공생'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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