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설치가 쿠데타적 행위다."(류삼영 총경)
경찰국 설치를 앞두고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경찰대 출신이 반발세력 배후로 지목되면서 행안부와 경찰대 출신 간 갈등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경찰 불만이 수면으로 떠오른 건 지난 23일 류삼영 총경이 주도한 총경회의에서다. 행안부가 경찰국 설치를 강행하자 총경 선에서 대안을 논의해보자는 의도였다고 한다. 경찰 지휘부는 당일 해산명령을 내렸고, 이를 어겼다는 이유로 당시 울산 중부경찰서장이었던 류 총경을 대기발령했다. 류 총경은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총경회의를 수일 전 예고했고,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 역시 회의 후 내용을 공유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었다고 한다. 총경회의 이틀 후인 25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엔 수십개의 근조화환이 배달됐다. "국민의 경찰은 죽었다"라는 항의 메시지가 쓰였다. 근조화환을 보낸 계급은 경감, 경위까지 다양하다.
경찰 반발에 기름을 부은 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이다. 이 장관은 이 모임을 두고 '쿠데타'라는 표현을 썼다. 총경회의의 배후를 '특정 출신'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경찰 쪽에선 이 발언이 경찰대 출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 장관은 경찰대 출신 임관 계급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지난 26일 업무보고를 앞둔 사전 브리핑에서 "경찰대를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경위부터 출발하는 건 불공정하다"고 발언했다. 우선 출발선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경찰에선 발언 시기를 문제 삼고 있다. 왜 굳이 이 상황에서 경찰대 출신 불공정 얘기를 꺼냈느냐는 것이다.
갈등이 한창이지만 정부는 경찰국 신설에 속도전으로 대응했다.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은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8월 2일 공포와 함께 전격 시행된다. 이렇게까지 속도 낼 필요가 있었을까. 법조계에선 시행령을 두고 위헌 여부 논란이 한창이다. 추후 파열음은 예정된 수순이다. 경찰 내부에선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검토 중이다. 국회 여야 간 치열한 공방도 예상된다.
경찰대 출신까지 행안부의 타깃이 된 이유는 '경찰국' 신설 논란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했다. 이후 역대 정부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통해 경찰 요직에 대한 진용을 꾸려왔다. 이 상황에서 경찰국이 신설되면 장관 통제를 받게 돼 결과적으로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것이라는 게 경찰 내부 반대파들의 주장이다. 총경급에 이어 경감급까지도 모임을 고려했던 것을 감안하면 경찰국 반대 주장을 일부 소수 의견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경찰 내부에서 다수의 불만이 있다면 이를 잠재우는 데는 속도보다 시간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ksh@fnnews.com 김성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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