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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잡아라"...연봉 대신 대기업이 꺼낸 카드는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1 05:00

수정 2022.08.01 05:00

사내 복지 확대로 우수인력 유출 방지
국내 대기업들이 우수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사내 복지를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정기현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우수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사내 복지를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에 복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요시하는 기류가 높아지면서 경쟁적으로 사내 복지를 확대하고 나섰다. 첨단산업 우수인력 확보가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면서 복지 향상을 통해 인재 유출을 막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오후 5시 퇴근·원어민 강의 지원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한 달에 한 번 임직원들이 오후 5시 이전에 퇴근하는 ‘기프트 데이(GIFT Day)’를 도입했다.


‘집으로 돌아가 여유를 갖고 자신을 찾으라(Go home, It’s GIFT day, Find yourself, Take your time)’는 뜻의 영어 문장 앞 글자를 땄다. 기프트 데이에는 오후 4시 이후 부서 회의나 행사를 하는 것을 지양하고, 부서별 회식도 금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월급날인 매달 21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하고, 야근·회식 없는 임직원들의 정시퇴근을 독려해왔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영어·중국어 교육 지원도 확대했다. 영어와 중국어 중 하나를 선택해 원어민 강사와 주 3회 10분씩 한 달간 일대일 전화 통화를 하는 방식이다. 매월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 수강 경쟁이 매우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직원의 조기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육아휴직에서 복귀하는 직원은 부서장 또는 조직이 바뀌거나 동일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우 본인 희망에 따라 기존 경력과 연관성이 있는 업무나 부서에 우선 배치된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재택근무 확대와 근무시간 축소, 어린이집 시설 확대, 육아휴직 기간 최대 2년으로 확대 등 다양한 사내 복지 제도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50만원 명품의자에 금요일 휴무

SK하이닉스는 최근 개당 250만원 상당의 미국 허먼밀러 의자 제품을 전 직원에게 제공해 화제를 모았다.

부분적으로 주 4일 근무도 도입했다. 지난 4월부터 2주 동안 80시간 이상 일한 임직원들은 휴가를 쓰지 않고 매월 3번째 금요일에 쉴 수 있도록 한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임신 축하 패키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사내복지 범위를 임직원 가족까지 확대했다.

태아검진 휴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구성원이 희망하는 경우 자녀 출생일 전까지 임산부 무급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임산부에게 꼭 필요한 철분제와 엽산제를 임신 주수에 따라 지원한다. 난임 휴가 기간을 늘리고 모두 유급 휴가로 바꿨고, 난임 의료비 지원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출산 후에는 자녀 수에 따라 출산 축하금을 지급하고, 기존 자녀당 30만원에서 첫째 3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이상 100만원을 지원한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는 집중 돌봄이 가능하도록 최대 3개월의 입학자녀 돌봄 휴직 제도 사용이 가능하다. 또 단축근로 기간의 기준을 임신 전 기간으로 확대하고, 매일 1~2시간씩 근로시간을 줄인다.
임신 중이거나 출산 1년 미만인 구성원을 위한 휴게실 '도담이방'을 리뉴얼하고, 출퇴근 시에도 임산부 구성원이 더 넓은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통근 버스 내 '핑크존'을 운영한다.

대기업들이 이 같이 사내 복지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건 연봉 인상 폭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사내 복지 확대로 MZ세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연봉과 복지 수준이 크게 올라가면서 삼성전자 내에선 SK하이닉스에 뒤처질 수 없다는 분위기가 높다"며 "업계의 고질적 인력난이 전반적인 복지 수준이 향상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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