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10년만에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에 반영할 '국민제안' 10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고 있어 사실상 폐지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소상공인들의 골목상권 침해, 마트노조의 쉴 권리 등 반발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업계에서는 벌써 폐지로 인한 이득이 얼마나 클 것인지 발빠르게 셈하고 있다.
국민제안서 최다 득표.. 소비자가 원하는 '의무휴업 폐지'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우수 국민제안으로 10개의 안건을 선정했으며, 이날까지 온라인 국민투표를 실시해 상위 3개의 우수제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선정된 제안은 향후 국정에 반영해 적극 추진하고 후속조치에 대해 국민 보고를 할 계획이다. 국민제안은 지난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대체하는 대통령실의 민원 및 제안 접수 플랫폼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해 안건 1만2000건이 접수된 바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자치단체장은 0시∼오전 8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유통산업발전법을 적용받고 있다.
의무휴업 폐지땐 대형마트 성장률 최대 7~8% 증가효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투표를 계기로 월 2회 의무휴업이 폐지될 경우, 평균 기존점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1~2% 수준에서 7~8%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휴일 매출액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략 300억~4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월 2회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월간 600억~800억원, 연간 약 7000억~1조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여기에 월 임차료와 같은 고정비는 추가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카드 수수료, 인건비 소폭 증가분 등을 제외하고도 영업이익이 500억~1000억원 이상 추가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예상했다.
특히 이마트의 매출, 이익 증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할인점의 경우 의무휴업 폐지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는 하루 400억원 수준이며, 연간으로는 총 9600억원 규모"라면서 "영업이익의 경우 1440억원(영업이익률 15% 가정)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롯데마트의 경우, 매출 증가 효과가 하루 160억원으로 이에 따른 연간 매출액 증가 효과는 3840억원 규모다. 이마트 대비 수익성이 낮은 점을 고려해 영업이익률 13%를 가정할 경우 영업이익 증가효과는 499억원 수준"으로 판단했다.
교보증권도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폐지 시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각각 연매출 약 1조원, 약 4000억원 확대를 추정했다.
국회 입법과정 남아.. 당장 시행은 어려울수도
한편, 이번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종 선정되더라도 국회 입법 과정을 통과해야하는 절차가 남아있어 당장 시행되긴 어렵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다만 이 경우 여론이 휴업 폐지를 강하게 원하는 상황인 만큼 실제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선정이 된다고 가정해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위한 여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법 개정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대형마트의 주말 매출 규모는 평일 대비 두 배 크다는 측면에서 (법 개정 없이) 조례 개정만을 통해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에서 평일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의무휴업 폐지 투표 결과가 상위에 오르면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안으로 국민 여론 수렴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의 편익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동안 의무휴업 관련된 논의에서 소외됐었던 소비자들이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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