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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 효율로 넘자③]전문가들 "가격 기능 활용해야…산업구조 혁신 필요"

뉴시스

입력 2022.07.31 15:00

수정 2022.07.31 15:00

기사내용 요약
전력 수요 효율화 위해 가격 기능 회복 조언
산업 구조, 제조업 중심→IT 첨단업종 전환
정부, 기업·가정·수송 3대 부문 효율화 혁신
산업부 장관 "효율화로 다소비·저효율 개선"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1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설치된 전기차충전소 모습. 2022.07.0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1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설치된 전기차충전소 모습. 2022.07.01. jhope@newsis.com
[서울·세종=뉴시스] 김성진 고은결 기자 =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심심찮게 맞닥뜨리는 전력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요 관리를 위한 요금 가격 기능 강화와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체제 개선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우선 낮은 요금 수준으로 에너지 과소비가 고착화된 상황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외국처럼 최근 연료비 급등을 반영해 요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가 55%, 프랑스 24.3%, 영국이 22.4%의 급격한 요금 인상을 실시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올 들어 지난 4월 킬로와트시(㎾h)당 6.9원, 3분기에는 ㎾h당 5원 인상했지만 여전히 한국전력(한전)의 전력 판매 단가가 발전소에 지급하는 구입 단가를 한참 밑도는 상황이다.


한전의 최신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평균 전력 구입 단가는 ㎾h당 146.1원인 반면 같은 기간 판매 단가는 ㎾h당 108.2원에 그쳤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전기요금을 포함한 에너지 가격 정상화를 통해 소비자들이 수요를 합리적으로 하는 게 수요 효율화의 첫 번째"라며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기기·기술 개발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별 전기요금 중 상대적으로 원가 회수율이 낮은 분야도 있을 것"이라며 "산업용·농사용·가정용·교육용 등 전력에 대한 원가 회수율을 공개하는 것도 (가격 기능 활용을 위한)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도 "아무리 효율을 개선하려고 해도 개선할 유인이 없으면 (수요 효율을) 개선하지 않는다"며 "공공요금을 정상화하면 가정·가로등의 형광등이나 백열등이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는) LED로 교체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에너지 다소비 업종 위주인 산업 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산업 부문의 비중은 62%에 달한다. 특히 제조업이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의 약 90%를 차지하며, 그중 약 80%는 철강·석화·정유 등 다소비 업종이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에 설치된 전력수급현황판에 표시된 전기 사용량과 예비율 모습. 2022.07.07.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에 설치된 전력수급현황판에 표시된 전기 사용량과 예비율 모습. 2022.07.07. kch0523@newsis.com
유 교수는 "선진국들은 에너지를 적게 쓰는 서비스업·제조업 위주인 반면, 우리나라는 철강·반도체·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 중심"이라며 "IT산업 등을 주요 산업으로 키워 전기를 적게 쓰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도 전기요금에 연료비 원가를 반영하는 '원가주의'와 함께 에너지 정책 방향의 일환으로 '수요 효율화'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은 이미 수요 효율화를 제1의 에너지원으로 인식하고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는 만큼, 흐름에 맞춰 에너지 원단위를 현재보다 25% 개선해 오는 2027년까지 주요 7개국(G7) 평균 수준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향후 5년간 2200만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데, 이는 서울시의 약 6년 치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 규모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산업, 가정·건물, 수송 등 3대 부문의 수요 효율화 혁신을 추진하기로 방침도 정했다.

산업 부문의 경우 연간 20만 TOE이상 다소비 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 혁신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추진하고, 한전 등 에너지 공급자 효율향상제도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가정·건물 부문은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확대한다. 주변 단지·가구 간 전기 절감률을 경쟁하고 전기를 절약한 만큼 돈으로 돌려주는 에너지 캐시백 사업을 전국으로 넓힐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관리 사각지대인 대형 기축 건물에 대한 효율 목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 진단 권한 이양, 에너지 자립률 제고도 추진한다.

수송 부문은 친환경차 추세에 맞춰 효율 제도를 정비한다. 배터리 중량 증가 등으로 악화 추세인 전기차 전비(電費) 개선을 위해 단순 표시제를 등급제로 개편하고 수송 에너지 21%를 사용 중인 중대형 승합·화물차 연비제도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데이터에 기반을 둔 3대 부문 효율 혁신 연구개발(R&D) 등도 추진한다.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수요관리 실증, 다소비사업장 대상 에너지 소비 데이터 통합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세종=뉴시스]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2019.09.0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2019.09.03. ppkjm@newsis.com

아울러 단기적으로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7월4일~9월8일) 전력 수요피크(정점) 시기에 원전·화력·신재생 등 공급능력도 총동원하기로 했다.

예비력 5.5기가와트(GW) 미만에서 발동하던 전력수요 의무감축(DR) 발령도 6.5GW 미만 하락 예상시 1시간 전 발령으로 조정해 추가 예비자원을 미리 확보할 계획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해외부문의 충격이 전력수급 상황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발전용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도 조기 확보키로 했다.


또 공공분야 에너지 효율화, 시민단체 캠페인, 에너지 절약 인센티브 제공, 다소비 사업장과의 에너지 효율화 협약 등으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산할 방침이다.

다만 최근 전기요금 인상 등을 고려해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에 대해서는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단가도 높이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체제를 개선하겠다"며 "시장원칙에 기반해 전력시장을 합리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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