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지도자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09년이 정치적 악몽의 연속이었다.
금융위기 가운데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는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 법안,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 법안 등 자신의 핵심법안 협조를 위해 공화당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접촉했다. 또 공화당 인사도 내각에 기용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공화당은 이탈표 없이 일사불란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여론은 지도력과 위기관리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오바마 리더십의 위기는 2010년 상·하원 중간선거 참패로 나타났다.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63석과 6석이 줄어 민주당 역대 최악의 패배로도 기록됐다.
올해까지 16년간 '무티(Mutti·엄마) 리더십'을 발휘하며 역대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도 출발선은 정치적 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메르켈을 총리직에 올린 2005년 총선 결과, 그가 속한 기독교민주연합(CDU)·기독교사회연합(CSU)은 35.2% 득표율로 중도좌파 사민당(34.2%)과 득표율 차가 불과 1%p로 야당을 압도하지 못했다. 또 동독 출신에 여성 총리라는 꼬리표 그리고 한때 메르켈의 정치적 멘토였던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양녀'라는 별명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메르켈은 사민당에 대연정을 제안해 정치적 위기를 돌파했고, 노동개혁·연금개혁 등 사민당 정책을 수용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지도자로 거듭났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80여일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하는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5월 대선에서 0.73%p 득표율 격차로 신승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데다 180석 거대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하나 처리가 불가능한 엄혹한 환경이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정책실패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얼마든지 반등의 기회도 남아 있다. 인사에도 공정을 기대했지만 잇따른 인사 난맥상, 전 정권과 불필요한 갈등 재연에 민생이 외면받은 전 정부의 과오가 답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원인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국가적 준전시상황에서 새 정부의 성공은 특정 정파의 운명보다 중요한 국운과 직결되는 문제다. 앞으로 5년간 새 도약의 길을 걷느냐의 갈림길에 놓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장한 각오로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야만 하는 이유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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