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유럽, 러시아 석유제재 대폭 완화...'유가 안정이 먼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1 13:52

수정 2022.08.01 13:53

러시아 석유 선적 막겠다던 유럽, 제재 수위 크게 낮춰
러시아 제재보다 유가 안정에 초점
미국도 해상 제재보다 유가 상한제 선호
영국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5월 러시아가 석유를 바다로 수출하지 못하게 제재한다고 예고했던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약 2개월 만에 제재 수위를 대폭 완화했다. 이들은 치솟는 유가를 걱정해 수위를 조절한다고 밝혔으며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미국 역시 제재보다 유가 안정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월 3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EU가 7월 말에 러시아 석유 관련 제재를 수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EU는 지난 6월 4일부터 러시아 석유를 선적하는 유조선에게 신규 해상 보험 발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12월 5일까지 계약은 유효하지만 그 이후 날짜로 새롭게 계약한 유조선은 보험을 발급받을 수 없다.
국제 해사법상 해상보험 없이 선박으로 화물을 운송할 수 없으며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석유를 배로 수출하지 못하게 막는 제재였다.

그러나 EU는 지난달 발표에서 유럽 기업이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의 석유를 선적하더라도 EU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경우 해상 보험을 발급해 주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제 3국에서 러시아 석유를 구입하거나 전달받아야 하는 경우 “해당 거래가 엄밀하게 필요한 것이라면” 보험 발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EU는 이번 조치에 대해 “세계적인 식량 및 에너지 안보에 잠재적인 부정적 요소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세계 해상 보험의 중심지인 영국도 EU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제재를 풀었다. 앞서 영국은 지난 5월에 EU의 러시아 보험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FT는 영국 의회가 이달 통과시킨 제재안을 인용해 영국이 올해까지 체결된 선적 계약에 제재를 가하지 않으며 내년 이후 선적부터 제재한다고 전했다. 제제 대상도 러시아 석유를 영국으로 수입하는 선박만 해당되고 제 3국으로 가는 선박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EU와 영국이 제재를 풀면서 러시아가 받을 타격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법무법인인 로리드 스미스의 리 핸슨 선임 변호사는 “EU의 제재안 수정은 크게 후퇴한 것이며, 법조인들은 영국이 좀 더 공격적인 제재를 가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 HFW의 사라 헌트 선임 변호사도 “EU 수정안은 유럽 선박의 러시아산 석유 선적을 사실상 허용한 것”이라면서 “놀라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의 이번 결정에는 러시아 석유를 시장에서 배제할 경우 유가 상승을 걷잡을 수 없다는 걱정이 깔려있다. FT는 미국의 경우 올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에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도 유럽과 함께 해상 제재를 검토하고 있지만 그보다 유가 상한제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6월부터 주요 7개국(G7) 정상들에게 러시아산 석유를 놓고 유가 상한제를 시행하자고 촉구했다. 해당 방식은 주요 석유 소비국들이 국제 석유시장에러 러시아 석유를 입찰할 때 일정 가격 이상으로 입찰하지 않기로 담합하는 것이다.
미 정부는 상한제를 이용하면 러시아 정부가 가져가는 이익을 제한하면서도 국제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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