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명령휴가제 확대, CEO책임 강화..횡령 근절 나선 금감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1 15:53

수정 2022.08.01 15:53

'사고 위험' 은행 직원의 채무·투자현황 신고 의무제 검토
'최고경영자에도 책임 묻자' 지배구조법 개정안 추진
[파이낸셜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7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7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 횡령 등 은행 관련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자 금융감독원이 은행 직원에 대한 명령 휴가제확대, 금융사고 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 강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은행권 사고예방 내부통제 개선 태스크포스(TF)'도 지난달 26일 출범했다.

1일 금감원이 제출한 국회 정무위원회 보고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통제 개선 방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과 시중은행(4개), 지방은행(2개) 및 특수은행(2개) 준법감시인, 은행연합회가 참여하는 TF가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7월 26일 첫 회의를 가진 TF는 6번의 회의 후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권 사고예방TF 킥오프
금감원은 △은행의 내부 통제 준수 문화의 정착을 위해 내부 통제기준 실효성 강화 △준법 감시부서 역량 제고를 통한 내부 통제 기반 강화 △감독 및 검사 강화를 통한 내부 통제 준수 문화 정착 유도를 골자로 한 은행 내부통제 준수문화 정착을 위한 3대 전략과제를 내놨다.

먼저 내부통제기준 실효성 강화를 위해 은행 내 명령 휴가제도 대상 확대 및 강제력을 제고하기로 했다. 명령 휴가제는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우는 사이 사측에서 취급 서류 재점검, 부실·비리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제도다. 또 장기 근무 직원의 인사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사고 위험 직원의 채무 및 투자 현황 신고 의무를 도입할 계획이다. 금융사고 차단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도 개선해 시스템 접근 통제 고도화를 추진하고 채권단 공동자금관리 검증을 의무화하며 자금 인출 단계별 통제 강화, 수기 문서의 관리 및 검증 체계 강화도 검토한다.

이는 700억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이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10년간 장기 근무한데다 명령 휴가 대상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고,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00여억원을 공문서위조 등 불법으로 출금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또 준법 감시 부서의 은행별 최소 인력 확보 기준을 제시하고 준법 감시인 자격 요건을 강화해 선임 조건에 관련 업무 종사 경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감원은 경영 실태 평가 시 내부 통제 평가 비중도 확대할 방침이다. 내부 통제 부문을 독립 평가 항목으로 분리하고 내부 통제 평가 등급을 종합 등급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금융사고의 검사 및 내부 통제 감독도 강화해 거액 금융사고 발생 시 현장 검사를 하고 시재(보유현금)검사 등 은행 영업점에 대한 샘플식 현장 점검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 사고가 나도 정작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 CEO들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지적과 관련,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 책임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법 개정안 추진도 협의할 예정이다.

은행권, "명령휴가제가 '정답'은 아냐"
한편, 이같은 금감원의 방침과 관련해 은행권은 명령휴가제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정답'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명령휴가제가 이번에 처음 시행되는 제도가 아닐 뿐더러 이를 획일적으로 강제하면 오히려 인력 운영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등 부작용이 일어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마치 그동안 명령휴가제가 없거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서 횡령이 일어난 것처럼 비춰지는 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명령휴가제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작동하는 여러 장치중 하나일뿐인데 책임성이 과도하게 부과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관이 특정 제도를 유연성 없이 일괄적용하면 의도했던 바와 다르게 탈이 나는 경우 왕왕 있었다"고 말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명령휴가의 효용은 직원을 휴가 보내고 서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밖에 없다"면서 "출납 업무 통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업무와 관련한 서류는 결재라인을 통해 이미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꼭 명령휴가를 보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명령휴가제도 강화가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명령휴가제도 자체는 고객 자금을 관리하는 직원으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며 "자신의 업무를 제3자가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횡령 등 사고 예방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령휴가제를 포함해 이미 도입된 내부통제 관련 제도가 꼼꼼히 이행되기만 해도 어느 정도 사고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은행들은 개인 일탈에 의한 횡령을 막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점간 교차 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최근 준법감시실을 확대·재편해 본점, 영업점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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