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1달러숍' 찾는 미국인들" WSJ 보도
코로나 보복 소비 사라지고 허리띠 졸라매
코로나 보복 소비 사라지고 허리띠 졸라매
■ 인플레 시대 '1달러숍' 각광
인플레이션은 저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 탈(脫)브랜드화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씀씀이를 줄이기 위해 1달러숍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그저 구색 맞추기 정도로만 진열하던 1달러숍들은 점차 진열 품목을 늘리면서 본격적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샴푸, 비누 등에 그쳤던 1달러숍들이 점차 영역을 확대해 이제는 통조림부터 신선식품에 이르기까지 식재료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이 구매력이 급격히 낮아진 소비자들이 1달러숍에서 샴푸를 비롯한 생필품, 통조림, 신선식품들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이 1일(이하 현지시간) 르포기사에서 전한 서민들의 달라진 소비 패턴은 치솟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저소득층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조차 빠듯해졌음이 드러난다.
텍스사주 남부 샌안토니오의 릴리 페넬로페는 미국의 대표적인 1달러숍 가운데 한 곳인 '달러 제너럴'에서 식료품을 해결한다. 닭고기 통조림, 땅콩버터, 심지어 야채까지 이곳에서 산다.
장애인이기도 한 페넬로페는 이전에는 약 5㎞ 떨어진 식료품점에서 식재료들을 사 우버로 배달시켰지만 지금은 식료품점 제품들의 가격이 치솟은데다 우버 배달료도 부담스러워 인근 1달러숍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페넬로페는 2주 사이 식료품점과 우버 배달비가 2배 가까이 폭등했다고 말했다. 1달러숍에서 깡통에 든 통조림을 사면 따로 양념할 필요도 없어 양념거리를 사야할 필요도 없다. 소비자들의 식료품 수요가 늘자 '달러 제너럴'은 야채 등 신선제품 판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달러 제너럴'은 현재 미국 전역 1만8000여 매장 가운데 약 2300개 매장에서 신선제품을 팔고 있지만 앞으로 수년 안에 이를 약 1만여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 창고형 할인점도 매출 증가
연회비를 내야 하지만 대용량 제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창고형 할인점도 인기다. 월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샘스클럽 회원권 매출은 지난 2분기에 전년대비 10.5% 증가했다.
네 자녀를 키우는 45세의 싱글맘 일라이나 페르난데스는 샘스클럽 회원권을 만든 뒤 생필품 브랜드를 바꿨다. 유명 브랜드에서 값이 싼 매장 자체 브랜드로 갈아탔다. 또 1살짜리 딸을 위해 켜뒀던 취침등 대신 천장에 야광 별을 달았다. 또 8세 이하 자녀 넷을 둔 콜린 카스웰은 육류 대신 채소 식단을 늘렸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6월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어류, 달걀 등은 지난해 6월보다 가격이 11.7% 뛴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에너지 가격이 1년 전보다 41.6%, 식료품 가격은 12.2% 폭등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물가가 치솟자 소비자들은 마른 걸레를 쥐어짜듯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지출은 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 상무부에 따르면 개인소비지출(PCE)은 6월에 전년동기 대비 1.1%, 전월비로는 0.3% 증가했다. 씀씀이 자체는 줄고 있지만 물가가 뛰면서 소비지출액은 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서민들이 저가 브랜드로 갈아타면서 상승폭이 작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민들은 이같은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저축해 놓은 여윳돈을 까먹고 있을 뿐 아니라, 더 이상 저축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