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혜연 윤다혜 기자 = "국회는 들어오겠지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는 오지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여가위 야당 간사인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권의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와 관련, 국회 차원의 논의가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지난달 22일 완료된 후 각 상임위원회가 속속 문을 여는 가운데 유독 여성가족위원회가 여야 간사 선임 이후 회의 일정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7월 임시회 마지막날인 2일 여가위에서 업무보고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로드맵 지시에 대해 현안 질의를 진행하고자 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의 거부로 파행을 맞았다. 여가위는 이날 국민의힘 의원 모두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참석해 '반쪽짜리' 회의를 진행한다.
◇ "현안 질의 얘기하니 미루자고 해…일방적으로 전화 끊어"
유 의원은 야당 간사로서 여당 간사인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과 수차례 전화 통화로 일정 협의를 진행해왔다. 유 의원은 "처음에 7월 마지막주에 (회의를) 하자던 여당에서 '업무보고만 받는 거냐'고 묻더라. '통상적으로 현안 질의도 따라오게 된다'고 답한 순간부터 꼬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현안 질의는 급할 게 없다'면서 8월 둘째 주나 셋째 주로 미룰 것을 제안했다. 유 의원은 "이유를 물어보니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들 외부 일정이 있고 8월 첫째 주에 휴가를 간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하지만 8월 중순 이후로는 각 상임위별 결산 심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오히려 일정이 촉박하다는 것이 유 의원의 설명이다.
유 의원은 "상식적으로 임시국회 안에 휴가를 잡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다른 메인 상임위는 다 임시회 안에 열거나 조금 늦게 열어도 8월 첫째 주에 다 연다. 제가 '(메인 상임위) 회의는 안 들어가느냐, 아예 국회에는 안 들어오느냐'고 물었더니 국민의힘에선 답을 하지 않았다"고 답답해했다.
통상 국회의원들은 상임위 1곳에만 배정되지만 여가위는 '겸임 상임위'이기 때문에 여가위 위원들은 각자 주로 활동하는 상임위가 따로 있다. 이번 주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교육위원회·정보위원회가 열리고 대부분이 부처 업무보고와 현안 질의 등을 진행한다.
왜 여가위만 '패싱'하느냐고 묻자 국민의힘 측에서는 '다른 상임위를 왜 얘기하느냐'며 통화 도중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면서 유 의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 尹 "여가부 폐지 로드맵 조속 마련" 지시…국민의힘 시간끌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여가부 폐지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소관 상임위인 여가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일정 협의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시간 끌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 의원은 "이것은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버리는 일"이라며 "여가부가 폐지될지 존속될지를 떠나서 지금 여가부가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을 다른 곳(조직)으로 가져가든 혹은 조직개편을 통해 예산을 늘리든 로드맵을 짜는 데 국회가 늦지 않게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업무를 어떻게 짜고 있는지 보고를 들어야 만약 (여가부가) 폐지되더라도 여가부가 하고 있는 많은 업무가 안전할지를 알 수 있다"며 "(여가위에서) 여러 질의가 오가면서 (조직개편) 방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조속히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했으면 의원들도 조속히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며 "의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와 참여 의무를 저버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여야 협의가 부진할 경우 재적의원(17명)의 4분의 1인 5명만 출석해도 현재 민주당 소속인 권인숙 여가위원장이 직권으로 개의할 수 있다.
유 의원은 "그렇게 되면 말 그대로 반쪽자리(회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계속 협의해 이번 주에 딱 하루만 시간 내서 협상테이블로 가자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 "이름 변경은 반대할 이유 없어…여가부 정쟁 도구로 사용하면 안 돼"
유 의원은 여가부 폐지에 대한 민주당 입장을 묻자 "이름을 훨씬 더 적합한 형태로 바꾼다면 왜 문제가 되겠나"라며 "다만 여가부를 자꾸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유 의원은 "여가부 업무의 60% 이상은 가족과 약자, 학교밖 청소년들, 아이돌봄 문제 등"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된 법안도 있고 해결할 사안도 많다. 이것을 더 제대로 하기 위해 조직 개편으로 강화한다는데 왜 반대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유 의원은 "다만 성폭력에 대해 (여가부 대처가) 미흡했다고 국민들이 볼 수 있다. 민주당도 같이 반성한다"면서 "그 단 한 가지 이유로 주요 부처를 조속하게 폐지하겠다는 결정은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후 온라인상에서 여성혐오 발언이 급증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프다"며 "여가부 존폐를 떠나 이 사회의 젠더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지율 하나로 이런 책임감이 없는 공약을 되풀이한다면 자중해줄 것을 요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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