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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누구길래, 중국 이렇게 긴장하나..그속엔 31년 전 천안문 사태 악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2 07:41

수정 2022.08.02 07:41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사진=뉴시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아시아 순방에 나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할 것이 예측되는 가운데 중국이 유독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중국은 대만 인근 섬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나서는 등 무력 시위를 불사 하고 있으며,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심각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10만명 이상되는 중국 인터넷 매체와 네티즌들은 현재 펠로시 의장이 미국 서부를 출발할 때부터 그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미 공군의 보잉 C-40C 수송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유독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펠로시 의장이 미국 서열 3위로 조 바이든 대통령 같은 민주당 소속 최고위급 인사라는 직함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정부와 펠로의 의장과의 31년전 시작된 악연이 한 몫한다는 분석이다.


1991년 당시 4년차 하원의원이던 펠로시 의원은 베이징을 방문, 중국 정부 허가 없이 동료 의원 및 미국 기자들과 호텔을 몰래 빠져나와 톈안먼 광장으로 달려가 '중국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현수막'을 들고 성명을 낭독했다가 구금된 바 있다.

또 1997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는 민주당 동료 의원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이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만찬을 주최했다. 펠로시는 블레어하우스 밖에서 장 주석을 폭군이라고 부르며 항의 시위를 했다.

2011년에는 후진타오 당시 주석에게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는 서신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이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가깝게 교류하고 티베트인 권리를 강력히 지지하는 입장도 중국으로선 불편하다. 펠로시 의장은 2015년 중국 정부 허가를 받고 삼엄한 경비 속에 시짱자치구(티베트) 주도 라싸를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인권 탄압을 이유로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유치 반대 목소리를 냈으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 보이콧까지 주도했다.

한편, 펠로시의 대만 방문 계획은 바이든 행정부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의 샐러니 샤르마 대변인은 일단 지난 수년간 하원의장은 물론이고 많은 의원들이 무사히 대만을 다녀왔다면서 중국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했다. 민주당은 중국의 위협으로 펠로시가 대만 방문을 철회할 경우 공화당으로부터 역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펠로시가 방문을 강행하면 가뜩이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양국 관계가 악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샤르마 대변인은 NSC가 펠로시 의장에게 순방 전 관련 내용을 브리핑했다면서 의회는 행정부와 별개의 독립 정부기구이기 때문에 결정은 하원 의장 자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실제 이뤄진다면 미중 관계가 격랑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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