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순차입학 → 1개월씩 12년
방안 재차 수정에도 반대 여전
온라인 서명은 이미 20만명 넘어
총리실까지 나서 "보완 필요"
박 부총리 "사회적 합의 나설 것"
대통령실 "국민뜻 거스를순 없어"
방안 재차 수정에도 반대 여전
온라인 서명은 이미 20만명 넘어
총리실까지 나서 "보완 필요"
박 부총리 "사회적 합의 나설 것"
대통령실 "국민뜻 거스를순 없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초등학교 '만 5세 입학' 정책의 뚜껑이 열린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대폭 보완에 들어간다. 사·공교육 단체와 정치권까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1년 앞당기는 교육부 정책에 대해 반대하면서 보완이 불가피해졌다. 학부모들이 대거 모인 온라인 '맘카페'까지 나서 윤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자 대통령실과 총리실까지 정책 보완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두달만에 2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초등학교 조기입학 교육정책 보안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반대 서명운동이 '맘카페' 등 각종 온라인상에서 시작된지 불과 이틀만에 10여만명을 넘겼다. 온라인 서명운동이 시작된 시점에 맞춰 범국민연대와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는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반대 옥외시위도 가졌다. 일부 모임에선 '탄핵' 용어까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국민공감 없으면 백지화
여론이 악화되면서 이번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윤 정부 내부에서도 나왔다. 이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정책 보고를 받은 뒤 소신 있는 추진을 당부했다. 박 부총리는 교육계의 즉각 반발에도 정책 유지를 고수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만에 총리실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불길 끄기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만 5세 취학연령 하향'과 관련해 "그 자체로 목표는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또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백지화 가능성까지 문을 열어 놓기로 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공론화 이후 반대 여론이 심하다면 백지화할 가능성도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무리 좋은 정책 내용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안 수석은 "학교 내 돌봄 서비스를 부모의 퇴근 때까지 해주자는 게 (교육 개혁) 인식의 출발"이라며 "취학연령 하향은 이런 정책 필요성 속의 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이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껴 취학연령 하향 지침을 번복한 게 아니냐는 평가다.
대통령실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일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님 등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박 부총리에게 지시했다. 사실상 한 총리가 정책의 수정 검토를 요구한 것이다.
■교육부 "대국민 설문할 것"
공세가 강화되자 박 부총리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입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박 부총리는 이달부터 학제개편과 관련해 전문가 간담회와 2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민 설문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4년간 5개 학년 출생아 입학' 시나리오 역시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한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과 관련해 매년 1개월씩 12년에 걸쳐 입학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박 부총리는 밝혔다. 박 부총리는 "(학제개편을 할 경우) 교과과정도 바뀌고 학교 공간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은 염두에 뒀다"며 "어머님들이 우려하는 돌봄에 대해서도 1학년과 2학년에 대해서는 전일제 돌봄을 저녁 8시까지 하겠다는 제안들도 갖고 있다"고 당근책도 내밀었다. 그는 "폭넓게 의견수렴이 선행되지 못하다 보니 여러 가지 우려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책은 말씀드릴 때 완결되는 것이 아니고 지금부터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학부모, 전문가, 정책 연구 등을 통해서 시작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현행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5세로 1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부총리는 업무보고 직전 사전브리핑에서 2025∼2028년 4년간 2018∼2022년 5개년 출생아를 나눠 입학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둘러싸고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유아 발달단계나 돌봄 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행정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조차도 이번 결정은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는 "지속적인 의견 수렴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반대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 여야 정면 충돌
국회 교육위원회에선 '박순애 검증', '학제 개편'을 놓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야당은 학제 개편을 고리로 박 부총리의 적격성에 문제를 삼으면서 사퇴를 주장한 반면 여당에서는 이미 임명된 장관이라며 두둔에 나섰다.
대통령실이 이날 '입학 연령 하향은 공식화가 아니다'라며 한 발 뺐지만 야당은 '강력 반대' 입장이라 정부·여당과 야당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적 합의 없는 학제개편 추진은 혼란만 자초할 뿐"이라며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 추진'하려 한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학생과 학부모의 양해와 동의를 구하는 게 먼저여야 한다. 말 한마디로 지시하고 추진돼야 할 가벼운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기자간담회에서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이렇게 졸속으로 하니 반대가 심하다. 정책을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게 옳지 않다"며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필요한 취학연령 하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또 박 부총리 검증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민주당은 "어설프고 설익은 정책을 대통령과 논의해서 국민에게 투척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자질이 있는지, 교육부 수장으로 능력이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국회 원 구성이 늦어져서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것이라며 박 부총리 엄호에 나섰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김학재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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