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귀농 연극인은 왜 전재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3 15:01

수정 2022.08.03 16:01

연극 '자연빵' 8월 4-7일, 세종S씨어터. 
연극 '자연빵'(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연극 '자연빵'(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연극 '자연빵'(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연극 '자연빵'(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파이낸셜뉴스] "코인하면서 농사짓는 연극 연출가.” 연극 ‘자연빵’의 전윤환 연출가는 3일 '자연빵'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촉망받던 젊은 연출가’였던 그는 2018년 우리사회 경쟁시스템에 지쳐 친구들과 함께 강화도로 귀농했다.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19가 공연계를 덮쳤고, 그가 준비하던 공연도 중단됐다. 연극인은 가뜩이나 배고픈 직업인데, 비대면 시대 연극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존재론적 고민에 휩싸였다.

동시에 그해는 코로나19로 폭락했던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이 드라마틱하게 반등하면서 주식열풍이 불었다.
특히 2030이 ‘영끌’해서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졌다. 그동안 연극인들은 시쳇말로 ‘씨드머니’가 없어 주식을 하는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코스피가 고점을 찍은 2021년 초, 전윤환 연출 주변에 주식하는 친구가 등장했다.

전윤환 연출은 “유튜브에서 ‘마지막 열차에 탑승하라’는 광고를 보니 불안했다. 나도 타야하나? 그런 불안감이 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2030은 왜 주식과 부동산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하나, 그것이 비단, 개인의 욕망 때문인지 사회구조의 문제인지 궁금했다”며 이번 작품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다큐멘터리 연극을 해오던 입장에선 수행성이 중요했기 때문에, 내가 직접 수행하면서 체감한 것을 무대 위에 올리기로 했다.”

그렇게 그는 2021년 2월, 돈 100만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금방 두 배가 올라서 두 차례에 걸쳐 100만원씩, 총 300만원을 투자했다. 그 돈은 2달도 채 안 돼 900만원이 됐다. 애초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불어난 돈을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한마디로 눈이 돌아갔다. 그래서 연극해서 번 전 재산을 투자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이후 무섭게 떨어졌다. 지금도 묶여있다. 수익률 -74%다.” 모두가 그랬듯, 그 역시 경제적 자유를 꿈꿨다.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되면, 내가 극장을 짓고 내가 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계좌가 플러스권일 당시 꿨던 꿈을 떠올렸다.

연극 ‘자연빵’은 연출가 전윤환의 ‘가상화폐(코인) 투자기’를 담았다. 전윤환이 직접 쓰고 연출하고 퍼포머로 나섰다.

연극 도중 그는 직접 가상화페에 자신의 사비 100달러를 투자했다. 여기에 레버리지를 10배나 썼다. 연극의 일부인 실시간 가상화폐 투자의 결과는? 이날은 다행히 14% 플러스가 났다. 그는 "플러스가 난 적이 거의 없는데 오늘을 플러스가 났다"고 했다.

무대에서 그는 책상 위 두 대의 컴퓨터를 이용해 다양한 동영상을 플레이하고, 출력한 텍스트를 읽었다. 때론 무대 중앙에 나와 독백하듯 연기하고, 컴퓨터 다른 한 편에 자리한 소품인 토스트기에 직접 빵을 구워 막걸이에 술 한 잔도 마셨다. 혼자 하는 공연이었지만, 지루할 틈은 전혀 없었다.

최근 몇년간 우리사회를 덮친 돈에 대한 욕망과 미래가 불투명한, 불공정한 시대를 살아가야하는 흙수저 출신 2030세대의 절망과 좌절을 담고 있어 안타깝고, 씁쓸함을 자아냈다.

연극 후반부, 퍼포머 전윤환은 말한다. “얼마 전 친구에게 이젠 사랑도 희망도 절망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연극의 마지막 대사는 희망은 없다, 이다.”

도무지 ‘노오력’으로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높은 벽에서 그야말로 기진맥진한, 자칭 “청춘이라도 하기에도 애매한, 마흔을 코앞에 둔” 그는, 이렇게 무대를 마무리했다.

전윤환 연출은 “흔히 예술은 희망적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하지만, 요즘 저는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게 가짜 같다고 생각될 정도로 절망적이다. 지금은 그 절망을 직시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 연극 '기후비상사태:리허설'을 위해 지구의 환경문제를 리서치했던 그는 더욱더 절망에 빠졌다고 했다. “세계가 힘을 합쳐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미중 간 경제전쟁뿐만 아니라 진짜 전쟁도 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답답하다. 정말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전윤환은 2015년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연극으로 풀어왔다. '자연빵'은 2021년 20석 규모의 신촌극장에서 초연했다.
올해는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 22'에 선정돼 200석 규모로 관객과 만난다. 8월 4-7일, 세종S씨어터.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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