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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SH 사장 "아파트 원가 진작 공개했다면 ‘집값 폭등’ 없었을것"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3 18:00

수정 2022.08.03 18:00

김헌동 SH 사장
지난달 10년치 원가 공개 마무리
"마곡9단지·위례 등 올 준공 단지
항목 71개로 늘려 상세공개 예정"
김헌동 SH 사장 "아파트 원가 진작 공개했다면 ‘집값 폭등’ 없었을것" [인터뷰]
"과거에 아파트 원가를 공개 했다면 지난 2017년 시작된 집값 폭등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달 '10년치 분양원가 공개'를 마무리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사진)은 최근 서울 개포동 SH공사 본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SH가 좀 더 일찍 분양원가를 공개했다면, (서울)시민들이 집을 구매할 때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017년 본격화된 서울 집값 폭등 상황에서 충분한 판단 근거가 제공됐다면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집을 구매한 사람들)'이나 20~30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 등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덜 확산됐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 사장은 "분양 원가가 공개된다면 집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돈을 무리하게 늘려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건축비와 토지비가 얼마인지를 알고, 이것이 무리한 매수인지 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SH의 분양원가 공개는 김 사장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부동산본부장 시절부터 필요성을 피력했던 부분이다.


이에 SH 사장 취임 후 첫 과제로 이를 지목, 지난해 12월 고덕강일지구를 시작으로 지난달 마곡지구까지 과거 주요 사업지구의 분양원가 공개를 마무리했다.

취임 후 1~2달 마다 언론에 직접 나서 원가공개에 대해 설명한 것과 관련해 그는 "주기적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분양원가 공개가 이슈로 이어지지 않게 된다"며 "공사가 아파트를 얼마에 짓고, 이를 통해 얼마를 남기는 지는 시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권리"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김 사장은 "민간 아파트를 살 때도 인근 지역의 비슷한 SH 단지의 원가와 비교해 참고할 수 있게 된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SH의 분양원가 공개는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마곡9단지, 위례 등 올해 준공하는 단지의 원가는 기존 40개 항목에서 71개 항목으로 더 상세하게 공개할 예정"이라며 "투명경영, 열린경영을 통해 시민들이 'SH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김 사장이 취임 당시 주요 과제로 제시했던 토지임대부주택(반값아파트) 공급이 늦어진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그는 서울 시내에 건물만 분양하고 땅은 공공이 소유하는 반값 아파트를 상반기 내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건물만 분양할 경우 강남은 5억원대, 그 외 지역은 3억원대에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현행법에서는 건물만 분양할때는 분양 받은 사람이 되팔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되팔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서울시와 함께 이를 정부와 국회 등에 설득하고 있고,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후보가 모두 공약으로 (반값아파트를) 내세웠던 만큼,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장기적으로 서울시와 SH가 보유한 20만 가구에 대한 재건축을 통해 50만 가구로 확대해 서울 내 공급에도 보탬이 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들 아파트를 기존 임대 아파트의 틀에서 벗어나 고급형 '명품 단지'로 거듭나게 한다는 계획이다. SH의 1호 재건축 단지로는 하계5단지가 지목됐다.


김 사장은 "일례로 양재리본타워에 건축비가 평당 700만원 가량인데, 비용을 1000만원 정도로만 높이면 고급 주거단지를 만들 수 있다"며 "이 같은 '서울형 건축비' 기준을 도입하면, 시민들의 삶의 질은 올라가고 공사의 자산가치도 결국 더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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