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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도체지원법 통과는 초당적 협치 본보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3 18:39

수정 2022.08.03 18:39

세계 첫 238단 낸드 개발 쾌거
여야 없이 공동 처리에 나서야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가운데)이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활동 성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가운데)이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활동 성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가 발의할 예정인 반도체지원법은 늦었지만 반드시 관철돼야 할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4일 발의되는 법안에 따르면 현행 6~16%인 반도체 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30%까지 늘리도록 하는 등 기대를 웃도는 내용이 상당하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 반도체단지 조성 권한을 부여하고, 인허가 기간은 현행 30일에서 15일로 줄였다. 전문인재 양성을 위한 세액공제, 학교 지원 등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앞서 10년간 반도체 인력 15만명 양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위 위원장은 삼성전자 임원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냈으나 지금은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이다. 야당 의원이면서 여당 특위 수장을 맡은 그의 행보가 이 법안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여야 구분이 필요없는 초당적 협력이 절실한 법안이라는 의미다. 이번 반도체지원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개정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두 개의 개정안을 묶은 패키지 법안이다. 국회 다수를 차지한 야당이 협조해야 처리가 가능해진다. 양 위원장은 법안 공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촌각을 다투는 법안"이라며 "여야 의원들이 공동 발의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야당이 이 요청을 남의 일로 생각해선 결코 안될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이룩한 K반도체 신화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개막한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 238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개발 성공 소식을 알렸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PC 등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데이터저장용 반도체다. 지금까지 최고 기술은 마이크론이 지난달 양산을 시작한 232단이었다. SK하이닉스는 이 꿈의 기술로 후발주자임에도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앞서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목표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넘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2030년)다. 한국의 격과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반도체만 한 것도 없다.

세계 최고를 향한 기업의 고군분투에도 국내 기업 여건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120조원을 들여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추진 중인 SK하이닉스는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돌변으로 속이 탄다. 시장이 바뀐 경기 여주시가 공업용수 관로 매설에 대한 반대급부를 새로 요구하면서 공장 건설이 벽에 부딪힌 것이다. 새로 뽑힌 여주시장은 심지어 여당 소속이다. 반도체는 국가안보와 직결된다고 부르짖은 이가 윤석열 대통령이었건만 이런 엇박자가 없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이미 세계 트렌드다. 미국은 2800억달러(약 364조원) 규모의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키고 파격적인 세제지원에 나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반도체동맹도 결성되고 있다. 급변하는 정치·산업 환경 속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살길 마련이 절실하다. 반도체지원법이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다. 여당 야당 없이 법안 통과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협치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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