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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크면 완공 후에도 입주 못한다"…기존 아파트 대책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5 05:00

수정 2022.08.05 05:00

층간소음 저감 정부 대책 /그래픽=정기현 기자
층간소음 저감 정부 대책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1. 20대 남성 A씨는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 11층에 사는 80대 B씨 집안에 들어가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A씨는 B씨 바로 아랫집에 사는 이웃으로 평소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고있었다. A씨는 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2. 서울 송파구 20대 남성 C씨는 층간소음을 이유로 도끼를 들고 윗집을 찾아가 현관문을 여러 차례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C씨는 범행 전 윗집 현관문에 '발소리 쿵쾅거리지 말아라' 등 욕설이 담긴 협박성 메시지가 적힌 메모를 붙이기도 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과 사건·사고가 폭주하자, 정부가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앞으로는 아파트를 다 짓고 나서 마지막에 실제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검사한다. 기준에 미달할 경우 지자체는 건설사에게 보완 시공,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문제는 신축 아파트부터 제도가 적용돼, 이미 피해를 입고 있는 기존 아파트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보완시공 조치도 강제 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다. 건설사가 안 지켜도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시행…2~3년 뒤 입주 아파트부터 적용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28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청년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커피를 마시며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원 장관은 "층간소음 완화를 위한 각종 공사를 할 때 가구당 300만원가량을 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토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28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에서 청년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커피를 마시며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원 장관은 "층간소음 완화를 위한 각종 공사를 할 때 가구당 300만원가량을 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토부 제공
법제처에 따르면 4일부터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이날부터 입주공고가 나는 아파트는 집을 다 지은 뒤에 실제 소음을 검사한다. 지금까지는 층간소음 방지를 위해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의 성능등급에 대한 '사전인정제도'를 운영했다.

사후확인제는 이날 이후 사업승인을 받는 신축 아파트부터 적용돼 실제 효과는 2~3년 뒤에나 나타날 전망이다.

하지만 기존 아파트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 기존 바닥구조에 완충재 등을 보강·보완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지만 시공성, 층고 제한, 공사비 부담 등으로 입주자 스스로가 층간소음 저감 공사를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아파트에는 장려금 형태의 지원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기존 아파트는 매트를 까는 등 소음을 줄이기 위해 별도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데 약 300만~500만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안다"며 "기금을 조성해 가구당 300만원 정도씩 지원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소음 기준 강화…바닥 두껍게 하면 인센티브

바닥 소음 기준도 강화된다. 의자 끄는 소리 등 경량 충격음은 58데시벨(㏈)에서 49㏈로, 아이들이 뛰는 소리와 같은 중량 충격음은 50㏈에서 49㏈로 각각 낮아진다.

국토부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 바닥 슬래브 두께를 현재 기준(210㎜ 이상)보다 두껍게 하는 경우 용적률을 5%가량 높여주는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달 10일 전후로 발표될 예정인 '주택 250만호+α 공급계획'에 이같은 내용의 층간소음 대책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210㎜인 바닥 슬래브의 두께를 300㎜로 하면 층간소음이 현재 최소 성능 기준인 50㏈에서 47㏈ 수준으로 낮아진다. 용적률 인센티브 5%를 적용받으면 30층 아파트의 경우 한 층을 더 올릴 수 있는 높이를 확보할 수 있다.

층간소음, 이제는 줄어들까?

다만 여러가지 정부 대책을 두고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1년 전 새 아파트에 입주한 D씨는 "발망치 소리, 가구 끄는 소리 등 당해보지 않으면 층간소음 스트레스를 알지 못한다"며 "층간소음 지원금 같은 걸 준다면 좋은 정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E씨는 "지원금 300만원이 좋기는 하지만, 아파트 한동에 50가구라고 생각하면 한동에만 1억5000만원인데 이게 가능할 지 모르겠다"며 "층간소음을 왜 세금으로 보상하나"라고 반문했다.

건설업계의 불만도 들려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사후 보강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공사 전 표준 바닥 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짓기 전 검토하고 수정하고 보완해 집을 만드는게 기본"이라며 "다 만들어진 집을 고치라고 하면 사업자나 입주민이나 복잡해진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 발생 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관리지원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2016년 517건에서 2021년 1648건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상담의 경우 1차 전화상담은 2019년 2만6257건에서 2021년 4만6596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살인·폭행 등 관련 사회문제도 격화되고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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