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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 LNG 전쟁 중"...중국이 '조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7 03:00

수정 2022.08.07 02:59

[파이낸셜뉴스]
한·일 등 아시아와 유럽간 LNG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예인선들이 2017년 11월 13일 일본 도쿄 동쪽 훗쓰시의 화력발전소로 LNG 운반선을 예인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한·일 등 아시아와 유럽간 LNG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예인선들이 2017년 11월 13일 일본 도쿄 동쪽 훗쓰시의 화력발전소로 LNG 운반선을 예인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아시아와 유럽이 겨울철 난방 차질을 우려해 국제 시장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자 유럽이 국제 LNG 시장에 뛰어들면서 쟁탈전이 촉발됐다. 러시아는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 공급물량을 가동능력의 20%로 감축했다.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역시 겨울철 난방용 에너지 수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물러 설 수 없는 터라 진검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물러설 수 없는 한·일
일본과 한국은 각각 세계 2위, 3위의 LNG 수입 국이다.


겨울철을 앞두고 두 나라 모두 LNG 수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개인들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유럽의 수요가 증가해 LNG 가격이 폭등하면 필요 물량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선점에 들어갔다.

한일의 LNG 확보 노력은 유럽이 러시아 가스관 공급 감축으로 수입대체선 확보에 나서면서 대형 LNG 운반선 수요가 몰리는 와중에 나타나고 있다.

유럽 LNG 가격은 이미 1년 전보다 5배 가까이 폭등했고 이때문에 유럽내 에너지 소비자물가 역시 폭등하고 있다.

아시아의 한 가스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과 내년까지 LNG 운반선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예년에 비해 확보 움직임이 더 일찍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일, 11~1월 일련 구매
가스 거래업체 트라이던트 LNG의 글로벌 거래·자문 책임자인 토비 콥슨은 일본과 한국 기업들이 "올해 11월과 12월, 내년 1월까지 어이지는" 이른바 LNG 일련 구매(strip purchases)를 '상당히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련 계약은 월간 기준으로 연속해서 수개월간 관련 제품을 구매하거나 매도하는 계약이다. 수개월에 걸친 계약 기간 중 매수자나 구매자 모두 사전에 약속된 고정된 가격으로 매수나 구매가 가능하다.

콥슨은 일본과 한국이 이 문제를 '에너지 안보'의 측면으로 다루고 있다면서 단기·중기·장기에 걸쳐 에너지 가격과 수급이 어떻게 될지를 놓고 매우 진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다급해진 유럽과 언제나 에너지 수급에 사활을 거는 한·일이 올해와 겨울철이 끝나는 내년 1·4분기까지 LNG 확보를 놓고 시장에서 격돌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LNG 프리미엄 시장 아시아
아시아는 그동안 LNG 업체들이 선호하는 프리미엄 시장이었다.

중국, 일본, 한국 등 세계 3대 LNG 수입국이 동북아시아에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아시아 LNG 가격은 유럽 가격에 비해 비싼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지금은 유럽 가스 기준물인 TTF가 아시아 LNG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싸다.

러시아가 지난달부터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 공급을 20%로 줄였고, 앞으로 더 줄이겠다고 공언하는 등 유럽에 에너지를 공급하던 러시아가 공급을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LNG 업체들은 유럽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동안 프리미엄 시장이었던 한중일보다 유럽에 LNG를 수출하면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으로 향하는 미 LNG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미 LNG 주요 수출 지역은 아시아였지만 올해 상황이 역전됐다.

지난해 연평균 34%였던 유럽 시장 비중이 올들어 1~4월 74%로 급증했다.

한 중개인은 아시아가 LNG 운반선을 잡기 위해 더 높은 웃돈을 얹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커' 중국
또 다른 중개인은 지금은 중국이 잠잠하지만 올 겨울을 앞두고 중국이 조커로 등장해 LNG 시장을 뒤흔들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올들어 팬데믹 봉쇄에 따른 경기둔화로 가스 수요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은 되레 남는 LNG를 수출하기도 했고, 덕분에 국제 LNG 시장의 팍팍한 수급에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겨울을 앞두고 막판에 LNG 운반선 확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이 중개인은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천연가스 리서치 책임자 서맨타 다트도 "겨울로 다가갈수록 일본, 한국 같은 나라들의 가스 확충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여기에 더해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가 가시화하면" 중국도 LNG 확보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LNG 확보에 실패하면 지금보다 더 혹독한 수요 감축 정책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유럽은 에너지 소비를 15% 줄이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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