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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알뜰폰'… 위치추적 안되고 대포폰 범죄 악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7 17:36

수정 2022.08.09 15:44

정확한 GPS값 파악 어렵고
새벽·주말엔 정보제공 안돼
본인확인 없어도 온라인 개통
비대면 금융대출 범죄에 노출
불안한 '알뜰폰'… 위치추적 안되고 대포폰 범죄 악용
#. 지난 1일 울산에서 30대 여성이 데이팅 앱에서 처음 만난 또래 남성과 다투다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다투기 직전 112로 경찰에 피의자를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 여성이 알뜰폰 가입자인 탓에 정확한 위치 파악을 할 수 없었다. 알뜰폰의 경우 이동통신 3사에서 유통되는 단말기가 아닌 탓에 위치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여성은 숨졌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회선을 빌려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저렴한 이용료를 앞세워 지난 6월 기준 서비스 가입자가 1100만명을 돌파했다. 그렇지만 최근 알뜰폰 관련 범죄가 발생하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뜰폰, 수사 협조 어려워

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8~10월 사이 적발된 대포폰 2만739대 중 66.8%(1만3858대)가 선불형 알뜰폰이었다. 2016년 3~5월 단속된 2486대에 비해 6년새 5.5배나 급증한 수치다. 알뜰폰이 대포폰 등 범죄에 활용되는 것은 위치 추적이 어려울 수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이통 3사 보급 단말기의 경우 전용 위치 추적 프로그램이 탑재돼 있지만 알뜰폰 등에는 추적 프로그램이 없어 위치 추적에 필요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와이파이값 산출이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는 알뜰폰만의 문제는 아니며 아이폰을 제외한 해외 자급제 폰의 경우에도 GPS와 와이파이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경찰이 긴급 출동 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일 울산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경우도 경찰이 위치 추적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피해자 휴대폰이 와이파이에 연결돼 있지 않았고, 실내에서 사건이 벌어져 정확한 GPS값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때 경찰은 신고자가 가입한 통신사에 가입자 정보 등을 요청할 수 있지만 알뜰폰의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행법상 알뜰폰 사업체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3억원 이상, 기술·기능인력 5명 이상, 이용자 보호 기구 전담 직원 1명 이상 등 일정 요건을 갖추고 등록만 하면 누구나 사업자가 될 수 있다. 최소한의 인원만 갖추면 되는 탓에 근무 외 시간에 직원이 자리를 비울 경우 경찰이나 소방의 도움 요청에 협조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 사이버범죄를 수사해 온 일선 경찰관은 "일반 통신 3사의 경우 새벽이나 주말에도 응대 직원이 있어 협조가 원활하지만 영세한 알뜰폰 사업체의 경우 수사 정보 제공을 위해 연락을 해도 제대로 닿지 않거나 회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본인 확인 구멍 '숭숭'

더구나 알뜰폰의 신원 확인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다는 점도 대포폰 등 범죄에 악용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일부 알뜰폰 중소사업체에서는 직접 본인확인을 거치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신분증 사본만 제출할 경우 개통이 가능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달 18일 개최한 '금융사고 피해자 고발대회' 기자회견에 참여한 A씨는 "사기 피의자가 어머니 신분증 사본을 가로채 본인인증을 거쳐 어머니 명의의 알뜰폰을 개통했다"며 "(알뜰폰을 사용해) 우리도 모르는 새 4개 금융사로부터 2억여원을 비대면 대출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본인 확인 절차와 사업 진입 요건을 손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자본금 요건이나 필수 인력 요건 등 알뜰폰 사업체 등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 알뜰폰 개통 후 금융 사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신분 확인 절차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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