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쏟아진 물폭탄에 도로가 침수된 가운데 강남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집으로 발길을 돌리던 차량 운전자들이 모두 길바닥에서 집에 가지 못하며 마비됐다. 일부 시민들은 숙박업소라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방이 없자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잠을 청하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교통정보과에 따르면 8일 오후 9시30분경부터 남부순환로 학여울역~대치역 일부 구간에서 양 방면 모든 차로가 물에 잠겨 차량이 다니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현재 중부지방 강수량은 서울 288㎜, 광명 241.5㎜, 부천 224.5㎜, 가평조종 193.5㎜, 인천(부평) 192.5㎜, 철원(동송) 158㎜ 등이었다.
특히 서울 한복판인 강남지역에서도 도로가 침수되고 지하철 역사에 물이 들어차는 등 퇴근길 시민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2010년 및 2011년 대규모 피해를 낸 강남 지역 일대 침수 사태와 비슷한 풍경을 자아내면서 시민들은 불편한 기억을 되살려 내기도 했다.
40대 직장인 양모씨는 “저녁 비즈니스 미팅을 마치고 역삼동에서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비가 너무 와서 차가 꿈쩍도 하지 않아 2시간 30분째 차에서 머물고 있다”면서 “집이 안산인데 어떻게 집에 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강남에서는 도로 한복판에 차들이 잠겨 있어 옴짝달싹 못 했고, 차 바퀴가 반쯤 잠긴 채 거북이걸음으로 운행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세관 사거리에서는 신호등이 작동되지 않아 혼란이 더욱 가중되기도 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지하차도 역시 양방향 모두 전면 통제됐다. 양재대로 일원지하차도는 오후 9시50분 쯤부터 양방향 전면 통제 중이다. 여의대방로 보라매역~대방역 구간도 침수로 인해 차량 통행이 어려워졌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서초∼반포 구간도 하위 3∼4개 차로가 침수돼 1개 차로만 통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신반포로 강남터미널~잠원IC 구간과 잠원로 고속버스터미널∼삼호가든사거리도 통제돼 차량이 우회하고 있다.
테헤란로 삼성역∼포스코사거리는 양 방면 하위 4개 차로가 물에 잠겼다. 송파대로 가락시장 사거리 곳곳도 침수됐다.
도로뿐 아니라 도심 곳곳 건물에서도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오후 9시께에는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내 매장이 침수됐고, 삼성동 코엑스 내 도서관과 카페 매장에서도 누수가 발생했다. 송파구 대단지인 헬리오시티 주차장에도 물이 차오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9일에는 물폭탄이 더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출근길 직장인들의 고민인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9일까지 수도권과 강원 영서지역에 100~2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많은 곳은 300㎜ 이상의 비가 올 가능성도 있다. 충청권, 경북 북부지역은 30~80㎜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매우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북부 인근 강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질 수도 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