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뉴스1) 박진규 기자 = 제15회 정남진 장흥 물축제를 개최한 전남 장흥군이 행정안전부의 갑작스러운 축제 안전관리 자료 요청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축제 개막식 때 집권 여당 도당위원장의 축사를 생략한 데 따른 이른바 괘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장흥군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7일까지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를 배경으로 지역 최대 축제인 물축제를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만에 개최된 이번 축제에는 주최 측 추산 50만명이 다녀갔다.
문제는 축제 첫 날인 지난달 30일 개막식 때 발생했다. 당초 행사에는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 김성 장흥군수, 왕윤채 장흥군의장의 축사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개막식 행사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김영록 지사가 불참한 반면,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위원장이 참석했다.
장흥군은 김영록 지사 축사는 생략한 채 기존 확정된 내빈의 축사는 그대로 진행하고 김화진 위원장에게는 축사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후 이틀 뒤인 8월1일 장흥군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이례적인 자료요청 공문이 접수됐다.
행안부 재난안전점검과는 장흥군에 물축제 관련 안전관리 내역과 관련된 11건의 자료 제출을 전남도를 통해서 요청했다.
요청 자료는 마스크 착용 안내·계도, 축제장 시설 안전성 검사, 식당 한시영업허가 여부, 소화기 비치, 가스시설 안전점검, 3m 초과 가스호스 사용금지 준수, 수상체험프로그램 보험가입 여부, 감전예방 조치, 놀이시설 하천점용허가 취득 여부, 불법 노점상 단속 여부 등이다.
축제가 한창 진행중인데 예년에 없던 행안부 자료 요청에 장흥군은 당황했다.
장흥군 관계자는 "물축제 관련해 행안부 자료 요청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사실상 특별감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지역에서는 이례적인 행안부의 자료요구는 개막식 당시 김화진 국민의힘 도당위원장의 불편한 기색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된 축사에 대해 장흥군 관계자는 "많은 관광객이 와 있는 행사에서 모든 내빈들에게 인사말 시간을 줄 수 없다"면서 "관례대로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군수, 군의장 4명 정도에게만 축사시간이 할애됐다"고 해명했다.
전남도는 행안부 자료 요청에 대해 "8월1일 공문이 아닌 메시지 이메일로 장흥군에 안전관리 내역 확인요청을 해 와 전달했다"며 "행안부가 저희(전남도)에 이렇게 요청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점검은 축제 하루 전날 해당 기관들과 같이 한다"며 "장흥군이 소방부터 전기, 가스 등 여러 분야의 점검을 마친 후 축제를 개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특별한 사유는 없다"면서 "물놀이 축제인 만큼 방역 등 관심 제고 차원에서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관련 당사자로 지목된 김화진 위원장은 행안부 자료요구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점에 축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안전관리 자료 요청은 전남도에서 한 것으로 안다. 저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도 "전남도에서 방역 관련 호소문까지 냈고, 제가 현장에 가보니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등 도의 방침을 잘 이행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개막식날 축사와 관련해서는 "부지사가 장흥부군수에 직접 전화를 해서 김승남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이 축사를 하면 당연히 여당 위원장에게도 축사를 줘라 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김성 장흥군수는 그런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저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위원장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고흥·보성·장흥·강진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전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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