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하룻밤 폭우'에 전쟁터 된 강남 한복판..재난영화보다 무서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9 14:23

수정 2022.08.09 14:23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에 전날 쏟아진 폭우에 침수, 고립된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뉴스1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에 전날 쏟아진 폭우에 침수, 고립된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횡단보도를 건너다 물살에 휩쓸려 갈 뻔했어요" "침수되는 순간 차안에서 탈출하느라 엄청난 공포를 느꼈어요. 차를 찾으러 갈 엄두도 안 납니다"
전날 중부지방에 시간당 9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시내 도로 곳곳에 침수차량이 방치돼 뒤엉켜있는 등 말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전날 기록적 폭우로 갑자기 불어난 물에 운전자들이 빠져나간 차량들이 물이 빠지면서 주요 도로나 중앙 화단 등에 걸쳐있는 등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상습 침수구역인 강남 일대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체가 물에 잠겼는 가 하면 귀갓길을 서둘렀어도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오도 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시민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강남 일대 아파트 지하 주차장 물에 잠기기도

지난 8일 내린 많은 비로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빌라 반지하가 침수돼 일가족 3명이 갇혀 사망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사고가 발생한 빌라 주차장에 물이 차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8일 내린 많은 비로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빌라 반지하가 침수돼 일가족 3명이 갇혀 사망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사고가 발생한 빌라 주차장에 물이 차있는 모습. /뉴시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서울 433mm, 여주(산북) 415.5mm, 양평(옥천) 403.5mm, 경기 광주 398mm 등 수도권에 40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하늘에 구멍이 뚫리기라도 하듯 물폭탄처럼 퍼부었다.

전날 강남대로, 서초대로 일대가 물에 잠겼고 침수로 인한 고장 차량이 도로 곳곳에 그대로 멈춰섰다. 쏟아지는 비의 양을 감당하지 못해 하수구가 범람하면서 도로 가장자리가 물에 잠겼고, 악취마저 풍겼다. 급한 물살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 일부 시민이 고립되기도 했다.

또 강남·서초 일대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돼 미처 이동시키지 못한 차량들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서초구 래미안 아파트 인근 이면도로에는 주차된 차량들이 전날 폭우로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휩쓸려 여러 대가 충돌한 채 널브러져 있는 등 대형 교통사고 현장을 방불케 했다.

두 대의 SUV 차량과 1톤 트럭이 뒤엉킨 채 이면도로 가드레일 구석에 처박히는 등 처참한 광경이었다.

빗물에 사당역·이수역 등 지하철역 침수되기도

8일 밤 서울 동작구 이수역에 빗물이 유입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밤 서울 동작구 이수역에 빗물이 유입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도 멈춰섰다. 전날 밤 갑자기 불어난 빗물로 사당역, 이수역, 신대방역, 삼성역, 동장역, 구반포역 등 지하철역 11곳이 침수됐다. 귀갓길에 나선 시민들은 지하철 대신 택시와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려 했지만 갑자기 몰려든 시민들로 인해 큰 혼잡을 빚기도 했다.

하루가 지났지만 이날도 강남대로 일대 도로에는 침수차량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침수차량을 피해 이리저리 우회하느라 차량들이 서행하면서 강남 일대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졌다.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출근했다는 A씨(31)는 "고장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차량 때문에 차가 거의 움직이지 못해 3km 거리를 가는 데 30분이나 걸렸다"고 토로했다.

일부 도로 위는 전날 급류에 아스팔트 곳곳이 패여 물웅덩이가 만들어졌고, 도로 위에는 각종 쓰레기와 쓸려내려온 토사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신사역 인근 일부 버스정류장에선 유실된 보도블록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모레까지 수도권 최대 300mm 비..."범람 유의"

특히 오는 10일까지 수도권 일대에 다시 100~3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산사태와 주택 침수, 도로 마비 등의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하천변 산책로나 지하차도 등 이용 시 고립과 저지대 침수, 하천과 저수지 범람에 유의해야 한다"며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도로가 미끄러운 곳이 있겠으니 교통안전 역시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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