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재명계 김병욱 의원이 "반기업적 정당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자"면서 재벌개혁 강령 삭제를 주장한 데 대해 당 내에서는 "시대에 맞게 바꿀 수 있다"는 찬성 입장과 함께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는 반대론이 공존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다음주 강령 개정 초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재벌개혁 강령 문구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주자들 '재벌개혁' 강령 논쟁..李 "재벌 '체제개혁'은 해야"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진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재벌개혁' 강령을 두고 당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진행된 민주당 당 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박용진 후보는 "재벌개혁과 금산분리 강령에 대해 시대가 바뀌었다"며 "당 내에서 강령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이재명 후보를 향해 재벌개혁 강령 수정이 필요한지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재벌 개혁, 특히 재벌 체제 개혁을 계속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기업을 해체하자는 이야기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기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지배 시스템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재벌개혁 강령을 유지하자는 것인지 다시 묻자, 이 후보는 "경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데 그거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삭제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의견을 내지 않았다.
■김병욱 의원이 띄운 '재벌개혁' 논쟁..찬반 엇갈려
강령에서 재벌개혁 강령을 삭제하자는 논의는 친이재명계 김병욱 의원이 처음 불을 지폈다. 김 의원은 앞서 전준위 강령분과 토론회에서 당 강령에 명시된 '재벌개혁'과 '금산분리' 문구를 빼자고 제안했다. 경제 부문 강령엔 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원칙 견지 등 재벌개혁을 추진한단 내용이 명시돼 있다.
'재벌개혁 문구 삭제' 주장을 두고 강훈식, 박용진 후보가 공개 비판하며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재벌개혁이라는 표현을 강령에서 계속 사용함으로써 특정 기업 주체들에게 강력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고 이로 인해 정서적으로 '반기업적 정당'이란 오해를 받고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아울러 김 의원은 "대기업 집단의 범위와 형태가 크게 달라진 현재 시점에서 재벌이라는 기업 주체를 특정해서 개혁하자고 말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며 "모든 기업의 오류에 대해 행위별로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계파와 상관없이 의원들에 따라서 찬반 입장이 모두 존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재벌개혁 문구를 빼자는 건 김병욱 의원의 개인 생각"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할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초선의원도 본지에게 "민주당은 중산층과 시민,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지킨다는 부분이 첫번째 원칙이어야 한다. 그 토대 하에서 중도 확장을 해야지, 그걸 깨면서 중도 확장을 하면 국민의힘과 다를 바가 없다"며 '재벌개혁 문구' 유지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이 '민주당스러움'을 잃어가는 데 대한 민심 이반도 있다고 보고, 진보적 선명성은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시대에 맞게 문구를 수정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재벌개혁 관련해서 노선 수정이 아니라 용어를 바꾸자는 기술적 문제"라며 "그렇게 대중적 정당으로 가는 것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재벌의 과도한 독점과 문어발식 확장, 작은 지분으로 총수 일가가 기업 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문제에 대해서 꾸준이 문제제기가 돼 왔는데, 그걸 일정하게 억제하는 제도화가 이뤄진 상태"라며 "옛날과 같은 재벌개혁의 의미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복수의 전준위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전준위는 강령분과 토론과 의원 설문조사를 거쳐 다음주 17일께 강령개정 초안을 낼 예정이다.
전준위 핵심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야당이 됐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 표현을 비롯해서 여러 안들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17일 정도 강령 개정 초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