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대기실 외국인 인솔은 항공사가" 정부 떠넘기기 눈총

‘입국 불허’ 외국인 대기실 관리
18일부터 정부 운영으로 전환
법무부, 출국대기실 관리 두고
송환 인력비 등 항공사 전가 논란
항공사 "개정안 취지 어긋나" 지적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마련된 출국 대기실 모습. 뉴스1

그동안 민간이 운영해온 '입국 불허' 외국인의 출국 대기실(송환 대기실)이 20년 만에 국가 운영으로 바뀔 예정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외국인 인솔 등은 여전히 민간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국 불허 출국 대기실, 국가가 관리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출국 대기실을 국가가 운영한다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현재 입국 불허된 외국인들의 출국 대기실은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해 전국 8개 국제공항의 보안구역 내에 설치돼 있고 항공사들로 구성된 단체인 항공사운영협의회(AOC)가 운영하고 있다. 출국 대기실은 내부 환풍이나 채광이 좋지 않고 외국인들에게 정상적인 음식이 제공되지 않는 등 인권침해 문제가 지적돼 왔다.

또 경비용역 직원은 강제력 행사 권한이 없어 외국인들이 송환을 거부할 때 대처하기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국내로 도착한 항공기에서 출국대기실로 인솔하거나 자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로 탑승 안내 시 난동을 부리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에 박영순·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출국 대기실 운영 주체를 민간에서 국가로 전환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발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제 시행만 앞두고 있다. 박영순 의원은 외국인의 출국시까지 발생하는 비용은 국가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마련했다.

■항공업계 "세부 비용 민간 전가" 반발

하지만 세부 조항을 놓고 법무부와 항공사들 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개정안에는 '송환 대상 외국인이 출국하기 전까지의 숙식비 등 관리비용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외국인들의 숙식비와 출국 대기실 운영비만 부담하고 송환 과정에서 이들을 항공기까지 인솔할 인력 비용 등은 여전히 AOC가 감당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항공사들은 법안 취지에 따라 송환 대상 외국인과 관련된 모든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들을 인솔할 인력과 관련된 용역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공항 내 근무하는 항공사 여직원들이 외국인 인솔에 투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운항률이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용역 계약을 새로 맺기도 어려워 자칫하면 항공사 직원들이 인솔 업무에 투입돼야 할 상황"이라며 "비용적 문제도 있지만 과거 용역 직원들도 공권력이 아닌 만큼 외국인들을 강하게 제압할 명분이 없어 이들에게 무조건 당하고 그랬는데 항공사 직원들도 이 같은 피해를 입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측은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e-mail]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