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현지 설비투자땐 25% 세액공제
12%인 국내보다 매력적이지만 '가드레일' 조항엔 우려 목소리
12%인 국내보다 매력적이지만 '가드레일' 조항엔 우려 목소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지난달 상·하원을 통과한 '반도체와 과학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미국의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2800억달러(약 366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반도체 산업 분야에 520억달러(약 69조원)가량을 집중 투자한다.
법안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부터 5년간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390억달러(약 51조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 규모는 25%로, 한국 내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가 최대 12%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에 매력적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달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면담에서 미국에 22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신규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 중 150억달러(약 20조원)를 반도체 후공정인 어드밴스트 패키징의 제조 및 반도체 관련 R&D에 투자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법안 발효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주요 수혜기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등 우려국에 10년 동안 투자를 제한한다'는 '가드레일 조항'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 조항은 반도체와 과학법을 통해 미국의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 본토에 반도체 공장 신설, 첨단장비로 교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스플래시 총생산량의 42%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SK하이닉스는 D램 총생산량의 47%를 중국 우시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를 대부분 중국 IT업체에 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투자, 시설교체 등에서 차질이 우려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및 칩4 동맹은 본격적인 미국 주도의 신공급망 구축 본격화를 시사한다"며 "반도체와 과학법으로 신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간 신냉전 분위기가 격화하는 가운데 한미·한중 간 교역구조의 변화 가능성 및 마찰 리스크가 동시에 커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예외조항이 있어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은 "해당 법안에는 예외조항이 있어 협상을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과학법에 따르면 내수용 저기술 반도체 제조시설은 예외사항으로 독소조항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 저기술 기준은 미국 상무장관과 국방장관 등이 합의 후 결정해 통보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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