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피해에 따른 '재난지원금', 주거공간 한정
지하 침수로 인한 2차 피해 상황 지원받기 어려워
지하 침수로 인한 2차 피해 상황 지원받기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 서울 관악구 도림천 인근 오피스텔 3층에 거주 중인 A씨(33)는 지난 8일 뉴스에서나 봤던 수해를 체험했다. 집중호우로 도림천이 범람하면서 배수시설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범람한 빗물이 오피스텔 지하로 들이닥쳐 지하 상하수도 시설이 멈췄다. A씨는 "지상층에 있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건물 지하가 침수돼 물을 쓸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단수는 사흘 넘게 지속됐다. 샤워, 취사, 화장실 이용이 모두 곤란했다. A씨는 "최소한의 화장실 이용을 위해 매일 생수 12통씩을 구매하고 있다"고 했다.
폭우로 생활 불편을 겪은 일은 A씨 만의 일이 아니다. 시간당 100㎜ 수준의 집중호우가 있었던 지난 8일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 지역 곳곳에서 지하 또는 반지하 시설물이 침수됐다. 그렇다면 지하 또는 반지하 등에 위치한 건물관리 설비, 주차장과 같은 시설물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22일 파이낸셜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서울시청과 관악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난지원금'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침수된 공간이 실거주로 사용되는 주거시설이 아닐뿐더러, 단수의 경우는 침수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간접적인 피해라는 이유에서다.
■주거시설에만 지원금 지급
서울시청 등에 따르면 폭우와 지진 등 재해 상황에서 주거시설이 침수되면 지자체가 피해 복구를 지원하는 명목으로 '재난지원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한다. 행정안전부 고시에 따라 산정된 지원금의 최대치는 한 주택당 200만원이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각각 5대5로 비용을 분담한다.
지원 절차는 다소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우선 피해자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관할 기초자치단체는 피해 현장에 직원을 파견해 침수 피해 여부를 판단한다. 지자체 직원이 확인하는 것은 △화장실을 통한 상하수도 역류 흔적 △창문 등을 통해 집 밖에서 빗물이 침투한 흔적이다.
주의할 점은 '재난지원금'의 지원 범위가 주거시설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지상·하 주차장에서 차량이 침수되는 등 주거공간 밖에서 일어난 피해는 지원 범위에서 제외된다. 즉 주거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만을 인정하는 의미다. 반면 피해 시설이 건축물대장상 상가 등 비주거 시설이라도 피해자가 해당 공간에서 실거주했다면 지원 범위에 포함된다.
■소상공인도 지원받을 수 있어
실거주 주거시설이 아니어도 지원받는 경우도 있다. 사무실과 영업장 등 상업시설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면 '소상공인 긴급복구비 지원'(긴급복구비) 제도로 지원받는다.
긴급복구비의 지원금액은 주거시설의 '재난지원금'과 동일하게 한 점포당 최대 200만원이다. 그렇지만 소상공인 만이 대상이다. 제도는 소상공인을 △광업과 제조업, 건설업·운수업 중 상시근로자가 10인 미만인 사업장 △광업과 제조업, 건설업·운수업 이외에서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으로 정의한다.
지원금 수령의 절차도 까다롭다. 침수피해를 입은 시설이 실제 영리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지자체에 증명해야 한다. 등록된 사업체일 경우 사업장의 주소가 있기 때문에 다소 원활히 이뤄지겠지만, 무등록 사업체일 경우는 절차가 다소 복잡해진다.
무등록 사업체는 유예기간 2달 동안 사업체 등록을 마쳐 정식 사업체로 인정받아야 한다. 긴급지원금은 등록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지급된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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