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마땅함'도 내정간섭
협력하되 원칙은 고수해야
협력하되 원칙은 고수해야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 측은 '5가지 마땅함'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 이 중 선린우호, 평등존중, 개방과 윈윈 등은 항용 등장하는 외교적 수사라 치자. 독립자주나 다자주의를 견지해야 한다는 주문은 한미동맹 대신 중국과 함께하자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로 미국 주도 칩4동맹 참여와 관련, 왕이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신중히 판단하기 바란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특히 중국은 윤석열 정부의 '사드 정상화'에 노골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성주에 기배치된 주한미군 사드의 운용 제한을 의미하는 '1한'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 정부와 전임 정부 간 갈등 조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누차 '사드 3불'은 합의가 아닌 단순 입장표명이라고 했음에도 "(문 정부가) 사드 운용 제한도 선서했다"며 현 정부에 이행을 요구하는 등 한발 더 나가면서다.
올 들어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에도 반대했다. 그러고도 며칠 전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를 통해 "한국은 '친구'(미국)가 건네준 '칼'(사드)을 절대 받아서는 안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사드 레이더가 자국 안보를 해친다고 주장하는 중국은 산둥성에서 한반도와 일본 열도까지 들여다볼 정도로 사드보다 탐지거리가 긴 레이더망을 운용 중이다. 우리에게 북한 핵·미사일을 막을 방패(사드)를 내려놓으라는 건 중국판 '내로남불' 논리인 셈이다.
결국 '3불 1한'과 '5가지 마땅함'을 운위하며 한미동맹의 틈새를 벌리려는 중국의 태도는 사실상의 내정간섭이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시장이다. 그러나 중국이 지금까지 어디 자선사업하듯 우리와 거래해 왔나. 혹여 사드나 칩4동맹을 빌미로 부당한, 대한 경제보복을 한다면 중국도 상응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윤 정부가 "화이부동의 정신으로 중국과 협력을 모색"(박 장관)하되 국제적 상거래 원칙, 특히 안보주권을 지키는 데는 한 치도 물러서서는 안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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