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도권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8일 밤 반지하에 갇혀 있던 이웃을 구한 시민들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좁은 담벼락과 건물 외벽 사이에 몰려든 이웃들은 반지하 방에 갇힌 이웃의 이름을 부르며 '3분의 기적'을 이뤄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시민이 직접 카메라에 담은 영상이 공개되며 전해졌다. 반지하방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숨졌던 곳에서 불과 4분 떨어져 있던 건물이다.
뉴스1과 SBS 등을 통해 보도된 영상에는 이미 빗물이 차올라 보이지 않는 반지하방 창문 앞에 선 남성 여러 명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이웃을 구하려 애쓰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들은 "이거 깨야돼요!" "안에서 열어야돼, 불빛 보고 오면 돼" "차에 가면 창문 깨는 거 있어요. 그것 좀 갖다줘요!"라고 외치며 고군분투했다.
남성들은 소화기 등을 동원해 몇차례 창문을 두드렸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비와 땀에 젖은 얼굴을 물에 씻어내면서도, 의인들은 멈추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역시 휴대전화 불빛을 켜 이들의 구조 작업을 도왔다.
반지하에 갇힌 이웃에게 "침착해, 침착하게 있어, 조금만 기다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당시 빗물이 안에 있는 이웃의 얼굴까지 차오른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러기를 얼마 후 "깼어, 깼어!"라는 외침이 들려왔고 곧이어 "바로바로" "손 손 손! 숨 쉬어!" "다 나왔어, 괜찮아"하는 말들이 이어졌다. 잠시 후 갇혀 있던 이웃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에서는 "살았다" "아이고"라는 탄성과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의인들은 구조자를 끌어안고 위로해주며, 등을 토닥였다. 온몸이 빗물에 젖은 구조자는 그렇게 한동안 안겨 호흡을 가다듬었다.
당시 의인들 도움으로 구조된 이승훈씨(28)는 "빗물이 종아리 정도까지 차자 탈출하려 했지만 수압 때문에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며 "30분만 더 있었다면 저는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항상 베풀며 살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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