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방역 승리 선언, 오히려 주민을 더 큰 위험에 빠뜨려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것…백신 없는 자연 면역도 한계"
과거 북한을 직접 방문해 북한 보건 체계를 연구했던 길버트 번햄 미국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1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승리 선언이 "사실과 소설, 희망사항이 한 데 뒤섞인 것"이라고 말했다.
번햄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마주한 코로나19 1차 유행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일 뿐 바이러스는 계속 잠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북한은 주기적으로 코로나19의 재유행이나 변이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국경을 닫는 방식으로 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재유행과 변이는 북한에서 앞으로 수년간 주기적인 질병으로 정착할 공산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번햄 교수는 북한이 백신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서도 "일부 주민들 사이 생겨난 자연면역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이 면역은 새로 출현한 변이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효과만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공중보건법 교수도 VOA에 "중국보다 백신 접종률이 낮고 검진 장비마저 부족한 북한에서 방역 승리를 선언한 점은 석연치 않다"며 "섣부른 선언은 오히려 주민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열고 91일간 진행한 코로나19 최대비상방역전에서 승리를 쟁취했다고 선언했다.
특히 김 총비서는 회의에서 "아직까지 왁찐(백신) 접종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코로나19를 극복한 것은 세계보건사에 특기할 놀라운 기적"이라며 외부의 백신 지원 없이 자체적인 방역 방식으로 코로나19를 이겨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최초 공개한 지난 5월 12일 이후 유지해 온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정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
한편 노동당 선전매체 노동신문은 이날 보도에서 최대비상방역체계가 해제된 데 따라 주민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등 일상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방역 승리'를 재차 강조, 보도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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