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기상 예보에 고통 받는 개발도상국
1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네팔 매체인 온라인카바는 지난달 보도에서 네팔 내부에 제대로 된 기상 예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지난 5월 히말라야 산맥에 추락해 22명의 희생자를 남긴 타라에어 여객기 추락 사건이 기상악화로 발생했지만 인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네팔은 규정상 비행경로에 시야 확보가 가능한 날씨에만 항공기 이륙 허가가 나오지만 네팔의 유일한 예보기관인 수자원기상부는 전체 경로의 기상을 예측할 능력이 없다. 온라인카바는 2018년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한국인 등산객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눈 폭풍 같은 기상 예보가 부정확해 관광산업에도 악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웃한 인도에서도 기상 예보에 논란이 많다.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농부들은 지난 2018년에 예보와 달리 우기에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농사를 망쳤다며 인도 기상청(IMD)을 찾아가 직접 항의했다.
지난해 8월에는 중부 마디야 프라데시주 농민 단체 대표가 IMD의 잘못된 예보로 농사를 망쳐 손해를 입었다며 IMD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IMD는 지난해 11월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수십명이 사망했지만 폭우를 제때 예보하지 못해 큰 비난을 받았다. IMD 미르티윤자 모하파트라 청장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비록 5일 전에 하는 예보의 정확도가 60%지만 24시간 이전 예보는 그래도 80%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는 관련 장비와 자료가 방대한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지난 6월 CNN에 의하면 현재 미국 기상예보의 오보율은 24시간 예보 기준 1970년대 대비 70% 감소했으며 72시간 예보의 오보율은 90%가까이 줄었다. 모하파트라는 지난 7일 발표에서 세계적인 기후 변화 때문에 갑작스러운 폭우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항변했다.
지구 온도 3도 오를 때마다 하루씩 부정확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월 보도에서 미 스탠퍼드 대학의 아디트 세샤드리 대기학 교수의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연구팀은 기온이 섭씨 3도 올라갈 때마다 강수량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짧아진다고 추정했다. 이어 국제적인 기상 예보 모델과 지구 기후를 시뮬레이션 분석한 결과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이 속한 중위도 기준으로 이러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WP는 안정적으로 기상을 예측할 수 있는 시간이 최대 10일 전이라며 기온이 올라갈수록 미리 강수량을 알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바람과 온도 예측의 경우 섭씨 5도가 오를 때마다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금 지구 기온은 1800년대 대비 섭씨 약 1.1도 올라갔다. 일부 미국 도시들의 기온은 이미 1970년도 대비 섭씨 2도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세샤드리는 보고서에서 "기후가 추울수록 기상을 예측하기가 보다 쉽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기후가 따뜻할수록 폭풍이 보다 빨리 생성될 뿐만 아니라 기상 예보 모델의 오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에 대해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티모시 팔머 물리학 교수는 기후 변화 상황에서 기상 예측이 어려워진다는 예측은 흥미롭지만 기상 예보를 너무 단순하게 분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이슬라 심슨 기후 연구원 역시 "세샤드리 연구팀은 흥미롭고 민감한 부분을 드러냈지만 시뮬레이션을 보다 적게 단순화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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