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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재건축 규제 완화, 역효과도 살피며 가야 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6 18:28

수정 2022.08.16 18:28

‘8·16 부동산 대책’ 16일 발표
적정한 부과 기준 찾기 관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주택 270만 가구 공급 등 국민주거 안정 실현 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주택 270만 가구 공급 등 국민주거 안정 실현 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16일 발표됐다. 윤 대통령의 재임기간인 앞으로 5년 동안 270만가구를 공급, 집값을 잡겠다는 내용이다. 방법 면에서는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개편해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문재인 정부는 26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급등하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
주택공급보다는 조세정책 등 수요 측면의 규제를 남발해 집값을 내리지 못하고 도리어 역효과를 냈다. '8·16 대책'은 3기 신도시 건설과 함께 부동산 공급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초래한 '규제 대못'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재초환 개편이다.

재초환이란 재건축 후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는 제도다. 집을 매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실현 이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반시장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많게는 억대가 넘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이 제도 때문에 재건축시장이 위축되고 도심 주택공급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지나친 재건축초과이익은 환수하되 적정 수준으로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한다.

시장 기능을 저해하는 과한 규제를 푸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다만 재건축 규제완화가 상대적으로 집값이 더 많이 오른 서울 강남 지역에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금리상승으로 부동산시장은 뒤늦게 하향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 강남은 큰 요동이 없다. 더 유념할 것은 자칫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 지은 강남 아파트는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제도의 취지를 살리되 부작용도 해소하는 적정 수준이 관건이다.

공공보다는 민간이 주도하고 좋은 입지에 좋은 집을 지어 공급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1·2기 신도시들이 서울에서 멀고 교통 등 인프라가 부족해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본다. 무주택자와 청년층, 신혼부부, 취약계층이 집을 쉽게 장만할 수 있도록 시세보다 저렴하고 금리 등 조건이 좋은 주택도 가능한 한 많이 공급해야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이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등으로 집값은 하락 국면에 들어서 빚을 내 집을 마련한 서민들의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방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마당에 대규모 주택공급은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건설기간이 요구되는 부동산 정책은 원래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집값 안정은 꼭 달성해야 할 목표이지만 폭락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공급 속도조절로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정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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