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점포 세입자가 맡긴 열쇠로 들어가 무단철거…대법 "건조물 침입 아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8 13:30

수정 2022.08.18 13:30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파이낸셜뉴스]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영업이 중지된 점포에 들어가 임의로 전기오븐 등의 집기를 철거한 임대인에게 건조물침입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점포의 임차를 희망하는 사람이 점포를 볼 수 있도록 출입문 열쇠를 맡겼다면 출입을 사실상 허용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고양시 일산의 한 건물 2층 점포를 2017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2년 약정으로 보증금 2000만원, 월 임대료 130만원에 B씨에게 임대했다. B씨는 이 점포에서 까페를 운영하다 2018년 12월 개인적 사정으로 영업을 중단하고 근처 부동산에 신규 임차인을 물색해 줄 것을 의뢰하면서, A씨에게 임차 희망자의 방문 시에 점포 출입문 개폐에 사용하도록 출입문 열쇠를 맡겼다.


그런데 A씨는 2019년 3월 임의로 이 점포에 들어가 그 곳에 설치된 B씨 소유의 프린터, 전기오븐, 커피머신, 주방용품, 조명 및 간판 등 약 1000만 원 상당을 철거해 건조물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당시 이 철거작업으로 점포 원목 바닥이 뜯겨 나무판자가 현장에 방치됐고, 조명과 환풍 시설, 파티션, 간판 등 역시 전부 철거되어 분리됐다. 싱크대 등의 주방시설이 대부분 철거됐고 고가의 커피머신 또한 분리돼 원상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별건으로 진행된 A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피해액과 같은 1000만원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돼 확정된 바 있다.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역시 "이 사건 점포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A씨 행위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등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의 재물손괴 혐의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봤지만 건물침입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주거침입이 인정되려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돼어야 하나, B씨가 A씨에게 해당 점포 열쇠를 줘 출입을 승낙해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이상 이는 주거 평온상태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A씨가 집기 등을 철거할 목적으로 들어갈 것을 알았다면 B씨가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건조물침입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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