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카카오가 알짜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대신 '상생안'을 택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노사가 협의체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논의하면서 마련한 성장방안과 사회가 카카오에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 간의 적절한 절충안을 찾은 결과물로 풀이된다.
또한 최근 택시 대란으로 촉발된 모빌리티 시장 혁신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 형성으로 규제 완화 가능성 기대되고 있는 것도 카카오의 매각 검토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사회적 책임' 다하겠다는 카카오, 공동체와의 '상생' 택했다
카카오는 18일 카카오모빌리티 주주 구성 변경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히며 매각 검토 추진을 철회했다.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는 카카오모빌리티 협의체가 도출한 방향성을 존중해, 그동안 검토했던 주주구성 변경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노사가 도출한 사회와의 지속 성장 의지를 존중하고, 이를 구체화해 실행해 나가는 것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동안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카카오가 지난 10년간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한 데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을 중심으로 매각 반대 목소리는 커졌고, 카카오에서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C가 나서며 논란 조기 진화 의지를 드러냈다. 김성수 공동센터장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될 일이 특정 계열사에서 발생할 경우, '카카오'라는 이름 아래 사업을 하는 다른 계열사에까지 안 좋은 영향이 미치는 일도 있다"며 "CAC는 이런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피는 일을 할 생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홍은택 CAC 공동센터장이 카카오 각자대표에 선임되면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하는 카카오의 방향성이 매각 추진 중단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은택 대표는 카카오에서 ESG경영 부문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카카오는 공동체의 사업 방향성과 지배구조를 분석한 '기업집단 설명서'를 발행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혁신, 성장, 동반, 공유라는 4개의 큰 아젠다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뤄낸다는 내용을 담은 '상생안'을 내놨다.
매각 유보를 요청했던 류긍선 대표는 카카오에 실질적 후생 증진이 없는 시장은 진출하지 않겠다는 원칙하에, 공급자의 수익과 업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규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며, 공급자 간 출혈 경쟁을 유도해 플랫폼이 이득을 보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안을 전달했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검토한 배경에 '골목상권 침해'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던만큼, 이 부분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CAC는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혁신에 기반해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 모빌리티 생태계의 성장을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속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협의체 구성을 통해 자체적으로 논의하며 앞으로의 회사 성장 방향을 제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규제 완화 분위기도 긍정적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을 중단한 배경으로는 택시대란으로 촉발된 모빌리티 산업 규제 완화 분위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T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택시 사업자 1위를 굳혀왔던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대리운전업 등 영위하고 있는 업에 대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존 업계의 반발은 물론이고 규제에 막혀 제대로된 사업을 추진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카카오는 2018년 택시가 바로 잡히는 '즉시 배차' 서비스를 예고하고 최대 5000원을 받으려 했지만, 업계와 정부의 반대로 기존 콜택시 업체가 받는 가격을 기준으로 한 '1000원'의 스마트호출 기능을 선보이며 한발 물러섰다.
카카오는 지난해에도 '탄력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며 수익성 개선 의지를 드러냈으나 결국 요금 인상 논란에 백기를 들기에 이른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 빠른 택시 배차 서비스인 '스마트호출' 요금을 기존 1000원에서 0~5000원의 탄력요금제로 바꿨으나 업계와 정부의 반발에 요금제 범위를 0~2000원으로 재조정했다. 탄력요금제 도입은 이용자 입장에서 사실상 요금인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강한 저항에 부딪힌 것.
그러나 코로나19가 촉발한 택시대란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택시 탑승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초유의 대란이 발생하며 택시비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경쟁사인 우티가 최대 3000원의 탄력호출료 도입을 발표했음에도 별다른 저항이 없었던 것도 이같은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빌리티 플랫폼의 움직임과 함께 택시 대란에 대응하는 정부의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언급한 '플랫폼 택시 탄력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1일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탄력요금제에 대해 "획일적인 호출료 인상을 염두에 두거나 그런 방향이 아니다"라며 "지금 택시기사들이 (월 수입) 200만원을 가져가기 어렵다. 호출료든 할증이나 여러 가지 방식으로 택시기사들에게 수입이 적정하게 돌아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엽계 안팎에서도 모빌리티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수요자는 요금의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향후 관건은 카카오가 수용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생안'이 사회와 정부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