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새출발기금' 금융권 반발에 한발 물러선 정부…아직 불씨 남았다

뉴스1

입력 2022.08.21 06:41

수정 2022.08.21 06:41

서울 마포구 월드컵시장에서 상인이 잠시 쉬고 있다. 2022.5.1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 마포구 월드컵시장에서 상인이 잠시 쉬고 있다. 2022.5.1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한유주 기자 = 3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채무조정 제도인 새출발기금을 둘러싸고 금융권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자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금융권의 주장을 받아들여 채무조정 한도를 종전보다 축소하고, 부실우려차주의 요건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또 논란이 되는 '원금 감면' 대상엔 재산이 부채보다 많은 '부자 자영업자'를 제외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일단 금융권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여전히 '수익성 우려'를 표하고 있어 불씨는 남은 상황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출발기금 관련 금융권 설명회'를 열고 새출발기금과 관련한 세부 계획을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통해 자영업자의 부실 또는 부실 우려 대출에 대해 채무조정을 해줄 계획이다. 3개월 이상 대출이 연체된 부실차주는 신용 대출 원금의 60~90%를 감면해주고,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에 대해선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위는 설명회에서 모럴해저드 논란을 진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금융권은 대출 원금의 90%를 감면해주면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것이라 반발해왔다. 권대영 금융정책국장은 "코로나란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상환능력을 상실한 이들이 재기할 수 있게 돕고, 또 장기 연체로 상황이 망가진 상태보다는 부실이 우려되는 차주에 대해서도 늦기 전에 채무조정을 하는 게 금융사의 안정성,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 '부자 사장님'은 지원 대상서 제외…논란 많던 부실우려차주 지원 폭도 줄여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반발을 고려해 새출발기금 운영 방향을 일부 수정할 계획이다.

우선 채무조정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한도를 개인사업자 25억원·법인 소상공인은 30억원을 한도로 정했는데, 약 15억원 수준으로 한도를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원금 감면은 3개월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의 신용채무 중 '순부채'에 대해서만 지원한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부자 자영업자'는 지원 대상서 제외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국세청과 연계해 새출발기금 신청 차주의 재산과 소득 심사를 진행하는데, 은닉 재산이 발견될 경우 지원이 취소된다. 부실 차주라 하더라도 담보대출은 상환기간이나 이자율 조정 지원만 받을 수 있다.

채권 가격 평가엔 복수의 회계법인이 참여할 예정이다. 그간 금융권은 새출발기금이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채권을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며, 공정가치 평가를 위해 복수의 회계법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모럴해저드 방지 대책도 대거 담겼다. 금융당국은 대출 실행 후 6개월이 지난 차주만 새출발기금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지원 횟수도 1회로 제한한다.

부실우려차주의 금리 감면 폭도 손 본다. 계획 초안에 따르면 '연체 10일 이상 90일 미만'인 차주는 보유하고 있는 대출의 금리를 연 3~5%로 낮출 수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이 모럴해저드가 심각해질 것이라 우려하자, 최근 캠코는 각 금융회사에 △연체 10일 이상 30일 미만은 연 9% 수준 △30일 이상 90일 미만 차주는 3~5% 수준으로 차등화해 금리를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금융위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부실우려차주의 연체 일수와 신용점수 요건 등 세부 기준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플랫폼에 차주가 기본 정보만 입력하면 본인이 지원 대상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위는 금융권과 연체 일수, 신용점수 요건을 비롯한 부실우려차주 기준을 다듬고 있다.

◇ 2금융권은 여전히 불만…"역마진 날 것" 우려

금융당국의 새출발기금 수정안을 두고 금융권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낫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의 초기 계획을 접했을 당시엔 모럴해저드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라며 "당국의 수정안을 보니 걱정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출발기금의 주요 타깃은 신용도가 좋지 않은 자영업자들인데, 이들은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군이기도 하다. 모 저축은행 관계자는 "'동의형 채무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금융사에 선택권을 부여해도,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회사 입장에선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부실우려차주의 금리 조정폭을 두고 불만이 많다. 잠정안대로라면 최저 3%까지 대출 금리를 깎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18일 설명회에서도 2금융권 관계자들은 부실우려차주에 대한 역마진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금융위는 2금융권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 업계의 조달 비용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부실우려차주의 금리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 출범 전까지 최대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권 국장은 설명회에서 "주장이 타당하다면 얼마든지 이야기할 여지가 있다"며 "가급적 협의해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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