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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에도 일할 사람이 없다? 조선업 '이유있는 인력대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3 05:00

수정 2022.08.23 05:00

반도체업계 '미래비전+고연봉' 인재 빨아들여
조선업은 재하청구조·저임금 등으로 인력이탈
반도체·조선업계 임직원수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반도체·조선업계 임직원수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문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산업계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대규모 시설투자를 집행한 반도체 업계는 높은 몸값을 내걸고 인력 확보에 나서면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반면 조선업은 신규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재하청 구조, 저임금·고강도 노동 등으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 이번주부터 대규모 채용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는 이번 주부터 대규모 신규 채용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설계 △소자 △품질보증 △상품기획 △양산·기술 △양산관리 △R&D공정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냈다.
이천캠퍼스는 21개 직무, 청주캠퍼스는 9개 직무에서 각각 채용을 진행한다. 채용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세 자릿 수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도 9월 초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은 앞서 지난 5월 반도체·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고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연평균 1만6000명을 채용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채용 인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계획대로라면 수천명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우위를 지니기 위해 전문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은 올해 상반기 6만 812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38명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임직원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0명 늘어난 3만 595명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 모두 핵심 사업부인 반도체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인력 수혈에 적극 나선 결과다. 특히 반도체 업계가 지난해 유례없는 호황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신규 인력 뿐 아니라 타 업종에서 이직한 경력직들도 크게 늘어났다.

조선, 수주 호황에도 인력난 신음


저임금·고강도 노동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선업계. /연합뉴스
저임금·고강도 노동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선업계. /연합뉴스

반면 조선업계는 오랜만에 맞은 호황기에도 인력난에 웃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수주를 뒷받침할 인력을 좀처럼 구하지 못하면서 납기 일정을 맞추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의 올해 1~7월 누계 기준 선박 수주액은 총 305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98억5000만달러)보다 2.2% 늘어난 규모다.

인력 추이는 수주 규모와는 정반대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4년 말 20만3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2687명으로 54% 감소했다. 7년간 54%가 줄어든 것이다. 조선업계가 2010년대 중반 불황기를 맞자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인력을 크게 감축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해당 인력들이 인건비가 높은 반도체 등 타 업종으로 줄줄이 이동한 탓에 임금 인상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조선업계로 신규 인력 유입이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월에 대우조선해양이 8년 만에 세 자릿 수 규모를 채용했지만, 인력 이탈분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고질적인 다단계식 재하청 구조와 만연한 저임금·고강도 노동도 조선업 취업을 꺼리는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협회는 올해 9월 기준 조선업계에 필요한 인력은 6만336명이지만, 9509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내년 6월에는 부족한 인력이 1만1099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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