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임금 인상과 영업점 폐쇄 중단 등을 요구하며 다음달 16일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이번 총파업은 6%가 넘는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1% 임금인상률을 고집하는 금융사용자와 '임금인상 자제' 발언으로 산별교섭을 어렵게 만든 정부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고 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금융노조 총파업 투쟁상황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93.4%의 찬성률로 가결된 총파업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국 시중은행, 지방은행, 국책은행 노동자들이 속해있는 금융노조는 19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 열고 법적 쟁의권을 획득했다. 성과연봉제 반대를 요구하며 2016년 9월 총파업에 나선 지 6년 만이다.
금융노조와 올 4월부터 시작된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의 산별교섭에서 임금 6.1% 인상과 주36시간(4.5일제) 근무, 영업점폐쇄 금지, 정년연장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용자 측은 이를 비롯한 34개 교섭안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노사는 교섭이 결렬된 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도 합의에 실패해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다. 노조는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교섭에서 가장 핵심 쟁점이 되는 것은 임금인상률이다. 노조는 6.1%의 인상률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1.4%를 제시해 간극이 큰 상황이다. 노조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6%가 넘는 상황에서 사측이 제시한 인상률은 실질임금을 삭감하겠다는 뜻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권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고려하면 노조의 인상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홍배 위원장은 "금융노동자들은 코로나19 동안 2% 초반의 낮은 임금인상률을 감내하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헌신해왔다"며 "많은 언론에서 평균 1억원의 연봉을 받는 금융권이란 비판이 나오지만 경영자를 포함한 결과로, 경영자와 노동자의 개인당 평균급여가 크게 차이 나는 금융업종의 특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노조는 디지털화를 명분으로 영업점 폐쇄를 강행하는 은행들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이용 빈도가 높은 수도권 외곽과 지방을 중심으로 폐쇄 속도를 높이고 있는 은행권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원 대구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방에선 지역은행들은 물론이고 인근 시중은행들이 점포를 계속 줄이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대기 순번이 300에서 500번을 넘어갈 정도로 폭주하고 있다"며 "지방에서 느끼는 점포폐쇄의 영향이 특히 크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은행들이 점포폐쇄를 위해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전영향평가에 노조와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요하며, 점포 폐쇄 전 고객들의 의견수렴 절차까지 법에 규정한 해외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 중에는 주36시간 근무와 정년연장, 신규채용 확대도 포함됐다.
김동수 수석부위원장은 "점심시간 교대도 못 할 정도로 인력 부족이 심하다는 게 다수의 현장 노동자 의견"이라며 "실제로 금융권 창구 여직원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병이 방광염이라는데 신규채용을 못 하고 있어 일이 가중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노동시간 단축과 점포폐쇄 중단 요구와 상충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김재범 공공정책본부 부위원장은 "국민은행지부의 경우 현재 주40시간이란 동일한 노동시간 안에서도 9to6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소비자에게 불편이 갈 수 있는 부분은 노사가 합리적 대화를 통해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밖에 △금융공공기관의 자율교섭 보장 △이사회 참관 등 경영참여 보장 △조합활동으로 인한 집행유예 이하의 처분 시 해고 제한 등 34개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는 9월16일 광화문사거리에서 집회를 진행한 뒤 삼각지역 방면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한편 금융노조에 주요 시중은행 노동자들이 소속돼있는 점을 고려하면 파업 시 은행 영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는 은행권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 데다, 6년 전 파업 때도 은행 직원의 15%만 참여했던 선례를 보면 실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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