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家 주식 양도세 취소소송 또 승소

법원 "통정매매로 볼 근거 없어"

범LG그룹 총수 일가가 과세당국을 상대로 "세금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행정소송 1심에서 또 승소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최태진 부장판사)는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이재연 전 LG카드 대표 등 5명이 낸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2017~2018년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LG그룹 재무관리팀의 주도하에 총수 일가 중 한 명이 매도 주문을 내면 다른 사람이 곧바로 매수하는 방식인 이른바 '통정매매' 방식의 주식거래를 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세무조사를 실시한 관할 세무서들은 구 대표 등 5명에게 주식의 시가와 실제 거래가액 사이에 차액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총 70억원 상당의 양도소득세 부과를 결정했다.

구 대표 등은 "한국거래소 장내 경쟁매매 방식으로 주식을 양도했을 뿐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거래소의 경쟁매매에서는 다른 투자자를 배제하고 주문할 방법이 없고, 지정한 호가대로 거래사 100% 체결된다는 보장도 없다"며 "'통정매매'라거나 거래소시장에서의 경쟁매매의 본질을 침해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주식은 시가에 거래된 것으로 보이고 매수주주가 확실히 정해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하나의 주문에 특수관계인과 거래, 제삼자와 거래가 혼재돼 있는데, 이는 의도한 것이 아닌 거래소 시스템에 의한 우연한 결과"라고 판시했다.

앞서 법원은 최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이 낸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구 대표를 비롯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은 통정매매 방식으로 156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부터 대법원까지 구 회장 등은 무죄를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됐다.

[e-mail]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