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해 상반기 국내 대기업의 재고자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값 상승을 우려한 기업들이 선구매에 나섰지만 경기 악화로 제품을 예상 만큼 팔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3일 매출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반기보고서에 재고자산을 표시하고,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 가능한 192개 기업의 재고자산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이들 기업의 재고자산은 총 147조62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9.6% 증가한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업종의 재고가 가장 많이 늘었다. 상반기 석유화학 업종 26개 기업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상반기(16조5770억원)보다 71.0% 늘어난 28조3531억원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계열사 SK루브리컨츠의 경우 재고자산이 같은 기간 2414억원에서 6523억원으로 170.3% 증가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2조8087억→5조5670억원·98.2%↑), GS칼텍스(1조962억→1조9063억원·73.9%↑), LG화학(3조8738억→6조6872억원·72.6%↑) 등도 재고가 크게 늘었다.
IT 서비스와 에너지 업종(각각 70.9%↑)의 재고자산 증가율도 70%를 웃돌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GS글로벌 등 상사들의 재고도 증가했다. 상사 업종 주요 5개 기업의 재고자산은 3조4980억원에서 5조8500억원으로 67.2% 증가했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등 철강 업종 11개 사의 올해 상반기 재고는 14조13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66.2% 늘어난 것이다.
IT 전기·전자 업종 21개 기업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지난해 상반기 31조3973억원보다 60.8% 늘어난 50조4789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19조4761억원에서 32조7531억원으로 68.2%, SK하이닉스는 8909억원에서 2조3159억원으로 160.0% 증가했다.
자동차·부품 업종의 재고자산 증가율은 다른 업종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자동차·부품 업종 25개 기업의 올해 상반기 재고는 21조3129억원으로 16.2% 늘었다.
분석 대상 가운데 재고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엔씨소프트(8억→71억원·793.3%↑)였고, LIG넥스원(99억→555억원·460.4%↑), 삼성바이오로직스(1904억→7963억원·318.3%↑), GS건설(69억→289억원·314.2%↑), 한세실업(405억→1187억원·193.2%↑) 등이 뒤를 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미리 구매를 늘렸지만, 수요가 예상을 밑돌면서 상반기 재고자산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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