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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만원으로 뭘 하라고"…그만두는 공무원, 활력잃은 공직사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4 05:00

수정 2022.08.24 15:45

9급 공무원·최저임금 근로자 보수 비교 /그래픽=정기현 기자
9급 공무원·최저임금 근로자 보수 비교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올해 9급 1호봉은 168만6500원, 연봉으로 따져도 2000만원 겨우 넘는다", "터무니없는 고액 임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날로 높아지고 있는 2023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존 임금'을 구하는 것이다."
공무원보수를 둘러싼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임금을 1%만 인상하고, 인력은 5년 동안 5%를 감축하겠다고 밝히자 공무원노조가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대정부투쟁에 나섰다.

9급 1호봉 실수령액 160만원대…최저임금보다 낮아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정문 일대에서 열린 '23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정문 일대에서 열린 '23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23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정문 앞에서 "일방적인 희생강요 중단! 물가인상률 반영한 보수 인상! 공무원보수 인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보수 현실화를 촉구했다.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그 타깃 중 하나가 '공무원 인건비'이지만, 공직 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의 보수만 10%를 반납하기로 밝힌 상태다.

인사혁신처의 ‘2022년 공무원 봉급표’에 따르면 올해 9급 공무원 초임(1호봉) 월 기본급은 세전 168만65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을 받는 근로자의 월급은 191만4440원이다.

공무원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고위 관료들이 1억이 넘는 연봉을 챙길 때 하위직 공무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라며 "내년도 최저임금이 201만580원으로 결정된 상황에서 임금이 2% 인상되더라도 9급 1호봉은 199만5130원에 불과해 최저임금을 밑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규 공무원 최저임금 웬 말이냐"라며 "일방적인 희생 강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내년 1%대 인상 그칠듯…'생활임금 보장' 대정부 투쟁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가진 '임금인상 쟁취 및 인력감축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9급 공무원 월급통장 사망' 문구를 들고 있다. /뉴스1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가진 '임금인상 쟁취 및 인력감축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9급 공무원 월급통장 사망' 문구를 들고 있다. /뉴스1
공무원노조가 1인 시위, 삭발식 등 대정부투쟁에 나선 것은 내년에도 공무원보수 인상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사혁신처는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로 1.7∼2.9%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그동안 권고안보다 낮은 수준에서 인상률을 결정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 인상률이 1%대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정부는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근 5년간 공무원 임금 평균 인상률은 1.9%였다. 2018년 2.6%, 2019년 1.8%, 2020년 2.9%, 2021년 0.9%, 2022년 1.4% 수준이다.

공무원노조는 현재 보수 7%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물가 상승폭에 미치지 못해 실질임금은 삭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이날 "7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IMF 이후 최고치인 6.3%를 기록했으며, 추후 물가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라면서 "하위직 공무원 노동자 가족 전체의 생계가 위협받는 그야말로 생존 위기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하위직 공무원 저임금 구조 개선은 탁상머리가 아닌 현장에 답이 있다. 하위직 공무원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주장했다.

'5년 내 떠난다' 4년새 2배 급증…9급 경쟁률 30년만에 최저
지난달 23일 오후 국가공무원 7급 공채 필기시험 응시자들이 시험장이 마련된 성동구의 한 고등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후 국가공무원 7급 공채 필기시험 응시자들이 시험장이 마련된 성동구의 한 고등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5년 내 그만두는 젊은 공무원이 급증하고 있다.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직사회에 들어왔지만, 낮은 보수나 조직 문화에 대한 회의감 등으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재직 기간 5년 미만 퇴직자는 1만693명이다. 2017년 5181명에서 4년 만에 약 2.1배 증가했다. 공무원노조는 "워라밸 없는 힘든 노동에 쥐꼬리만한 임금으로 인해 8~9급 MZ세대 공무원들의 퇴사는 날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일하는 9급 공무원 A씨는 "동기부여의 가장 큰 수단은 금전적 보상"이라며 "공무원들이 대기업만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월급이 현실적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9급 공무원 B씨도 "공무원도 세금내는 국민"이라며 "올해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진짜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올해 9급 공무원 경쟁률은 29.2대 1로,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1년 93대 1을 기록한 후 매년 하락세를 이어갔다. 9급 국가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30대 1 이하로 내려간 것은 1992년 19.3대 1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 조사를 보면 13~34세 청년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 1위는 대기업(21.6%)으로 조사됐다. 공기업(21.5%), 국가기관(21.0%)은 대기업 다음이었다.
'국가기관'은 지난 2011~2019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다 밀려났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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