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같아요. 독한 알코올 향이 거의 없네요."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출시한 이후 100만여캔의 판매 기록을 달성한 막걸리 '마쿠'(MAKKU)가 지난 23일 한국에 첫 선을 보였다. 국내 소비자들이 느낀 마쿠의 첫 인상은 '술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보틀벙커에서 만난 30대 여성 A씨는 "과일 음료 맛이 난다"면서 "독한 알코올 향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마쿠는 오는 9월 1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이곳에서 론칭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맛을 음미하기에 앞서 마쿠의 비주얼에 먼저 반응했다. 오리지널(쌀), 블루베리, 망고 등 3종으로 출시된 마쿠는 세련되고 심플한 디자인의 '캔'에 막걸리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살짝 흔들어 잔에 따랐을 때도 예쁜 색으로 잔이 채워져 많은 이들의 카메라가 바쁘게 움직였다.
마쿠를 개발한 한국계 미국인 캐롤 박 대표는 "술을 맛있게 만들다 보니 음료같다는 반응이 많다"면서 "자극적인 단맛이 아닌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기 위해 과즙을 많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공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덕분에 깔끔한 맛으로 미국인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박 대표가 막걸리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이유도 궁금했다.
그는 "미국의 젊은 사람들은 맥주 대신 새로운 술을 마시고 싶어했고 자연히 맥주 매출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침 한국 문화가 미국에 퍼지면서 한국 식당들도 많이 생겨났고, 한국 식당에서 취급하는 주류는 소주에 국한돼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새로운 술을 찾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전통주 막걸리를 소개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박 대표는 "미국 시장에 내놓으면서 '막걸리'라고 부르면 많은 사람들이 낯설어하고 기억도 잘 못할 것 같았다"며 "막걸리와 비슷하면서도 짧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귀여운 어감의 '마쿠'로 브랜딩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주류 시장의 'RTD(Ready To Drink)' 트렌드를 반영해 저도수의 술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캔에 담아냈다.
미국의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박 대표는 한국 타깃 소비자도 2030 고객으로 설정했다. 막걸리의 본고장인 한국에 마쿠를 처음 선보이는 데뷔 무대를 보틀벙커로 선택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로 보틀벙커를 이용한 고객 연령대를 살펴보면 2030 소비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보틀벙커가 2030 소비자들의 반응을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시험대인 셈이다.
마쿠는 오는 9월 1일부터 주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초도 물량 20만 캔을 푼다.
이응수 롯데마트 주류팀 MD(상품기획자)는 "2030 고객을 사로잡을 이색적인 전통주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