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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우영우’ 한계 시험의 장, 성취감보다 안도감, 고독감도 밀려왔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4 10:22

수정 2022.08.24 10:22

박은빈 /사진=뉴시스
박은빈 /사진=뉴시스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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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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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제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를 사랑했고 매 작품 최선을 다했기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제가 출연한 다른 작품보다 더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우영우'는 2022년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기억할 것 같아요. 저 역시 크게 변한 것 없이, 지금처럼 살아갈 겁니다.”

‘우영우 신드롬’의 주역이자 5살부터 연기한 데뷔 24년차 배우는 이렇듯, 세상의 환호에 들떠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녹록치 않은 도전을 무사히 끝낸 감사의 마음이 커보였다. 박은빈(31)은 “마치 스위치가 꺼지지 않은 상태로 촬영 7개월을 보냈는데, 이렇게 번 아웃이 오는 걸까 싶은 날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제 한계를 시험해보는 시간이었죠. 마지막 촬영이 끝났을 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 밀려왔어요. ‘내가 해냈구나.’ 근데 속 시원한 성취감보다는 안도감이 컸고, 고독감도 들었죠. 결과적으로 이루다 말할 수 없이 무사히 잘 마쳐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난 18일 뜨거운 호평 속에 종영한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 제작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딛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성장해가는 모습으로 큰 감동을 안겼다.

이 드라마는 방송 외적으로도 1%대로 출발한 시청률이 19%대를 돌파하며 '뿌듯한' 엔딩을 장식했다.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방영돼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시청 시간 1위를 무려 5주간이나 유지했다. 박은빈은 "방송 초반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생각했다"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인, 사진 요청이 늘어 인기도 체감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지막화에 나온 대사는 자신조차 감동했다. "마지막 영우가 뿌듯함이라는 감정을 자각하는 모습에 저 역시 감동 받았죠. 우영우를 연기한 저도 뿌듯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명대사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입니다.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방대한 대사, 서술형 시험보듯 외워

'우영우'는 결과적으로 박은빈의 최고 히트작이 됐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특히 이 작품은 박은빈 출연작 중 대사량이 가장 많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우영우가 푹 빠져있는 고래부터 변호사로서 법정에서 구사하는 전문용어까지 방대한 양의 고난이도 대사를 매회 소화해야 했다.

박은빈은 “매일 대사 외우는 게 벅찼다”며 “특히 고래 대사는 나중에 추가됐다”고 돌이켰다. “고래CG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법정 대사 외우느라 바빴던 저로선 고래 대사까지 추가돼 그야말로 (텍스트에) 압도당했습니다.(웃음)”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사진=뉴스1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사진=뉴스1


특히 이들 대사는 속사포처럼 쏟아내야 했다. “자문 교수님이 우영우가 고래와 법에 대해 말하는 건 일종의 치유라고 했죠. 그래서 매일 A4 용지에 서술형 시험 보듯 외웠어요.” 특히 법정신 촬영은 다수의 사람들이 출연해 진이 빠질 정도로 반복해 찍었다. “법정신에서 최소 30-40번씩 같은 대사를 읖어야 했죠. 1회차 내에서도 3-4번의 공판과 변론 기일이 있어 저로선 여러 한계를 시험해보는 장이었습니다.”

우영우 캐릭터를 구축함에 있어서는 “자폐인 따라하기는 자제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분들의 모습을 도구적 장치로 제가 이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이미 방대한 자료 조사를 마친 작가님과 감독님이 구축한 세계관을 믿고 그 대본에 맞는 독자적 캐릭터를 구축하여 우영우만의 고유성을 찾기로 했다”며 “자문교수의 강의를 듣고, 자폐스펙트럼장애 대한 서적을 공부하면서 우영우만의 특징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뿐 아니라 우영우가 맡은 사건을 통해 장애인·성소수자·어린이 인권부터 도시개발의 명암과 사찰 문화재 관람료 문제까지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며 매회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박은빈은 “아쿠아리움에 갇혀있던 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뻤다”며 “우리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쳤다는 사실에 배우로서도 보람찼다”고 말했다.

“우리 드라마가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종영 이 시점부터 중요한 거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좋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면 좋겠습니다.”

2024년 시즌2가 나온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은빈은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은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려면 제가 훨씬 더 큰 결심을 해야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물상자에 고히 넣은 것을 다시 열면 그 아름다운 결정체가 훼손될까봐 걱정의 마음도 드는 게 사실이다"며 "아직은 미래의 이야기고, 어려운 부분이며, 다시 고민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박은빈은 이 작품을 "이 세상 모든 (우영우처럼 무리 속에서 외로운) 외뿔고래에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겁나지만 기꺼이 용기내서 해보는 것. 영우가 걷기로 한 길이자, 영우를 통해 배운 길입니다. 그 길을 박은빈도 함께했던 여정이었어요.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뒷걸음질 치고 싶을 때 한 번쯤 영우가 냈던 용기를 떠올리고 싶습니다! "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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