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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못한 책' 남기고 떠난 보육원 출신 대학생 사례 더 많다…"살아도 빚"

뉴스1

입력 2022.08.24 11:16

수정 2022.08.24 11:39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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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라는 쪽지를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난 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의 아픔이 많은 이들을 울린 가운데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고민하는 보육원 출신이 한주에도 몇명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문제는 병원에서 살아났을 경우 치료비 전액을 개인이 내야 해 고스란히 보육원 출신 청년들의 빚으로 남게 되고 이 빚을 갚기 위해 사채를 끌어다 쓰다가 견디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 예가 제법 된다는 점이다.

◇ 보육원 출신 18세 새내기 대학생 "아직 읽은 책 많은데" 쪽지 남기고…자립에 대한 부담감 토로

지난 21일 오전 10시5분쯤 광주 광산구 한 대학교 건물 뒤편 화단에서 A군(18)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정불화 등의 문제로 어릴적부터 시설에 맡겨졌던 A군의 방에서는 마시지 않은 음독물과 소주,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는데"라는 글이 적힌 쪽지가 남아 있었다.

A군은 몸을 의탁했던 보육원 관계자에게 '성인이 됐고, 복지관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게 두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 6월까진 아동양육보호시설 아동은 18세가 되면 무조건 시설을 퇴소해야 했지만 아동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시행으로 지난 7월부터는 본인 의사에 따라 최대 24세까지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A군도 '만 24세까지 기존 시설에 계속 머무르겠다'고 신청했지만 그 뒤의 일을 고민하다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 브라더스키퍼 대표 "매주 1~2건 안까운 연락 받아…실제는 이보다 많을 것"

A군처럼 보육원에서 지내다 18년전 만18세가 돼 시설을 나와 자립에 성공, 이들 청년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민 대표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런 소식이 들려오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먹먹해진다"며 누구보다 진한 아픔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이 사건이 기사로 나왔지만 이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며 "저한테는 일주일에 한두 건 정도 삶을 포기하거나 삶을 포기하기를 시도한 친구들의 연락이 온다"고 매주 A군과 같은 사례가 몇건이나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제가 자립 준비 청년들을 모두 알고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받는 건수가) 한 주에 한두 건이라면 정말 적은 숫자가 아니다"고 크게 걱정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호시설 대상 아동은 2만 4000여명, 사회로 나오는 자립준비 청년은 매년 2500명에서 2700명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 극단적 선택 의보적용 제외…살아 남아도 개인 빚으로, 결국 빚의 악순환

김 대표는 "선택을 시도한 친구들로부터 연락받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며 "안타까운 건 이런 선택은 건강보험이 전혀 되지 않아 살았을 경우 아이들 빚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를 갚으려면 사채에 의지할 수 밖에 없어 어떤 친구는 "빚이 2억원이나 되더라"며 악순환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삶이 죽는 것보다 괴로워서 선택했는데 살아나니 또 이런 빚이 남는 등 악순환들이 계속해서 반복이 되고 있다"며 이는 일반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라고 소개했다.

◇ 보호시설 선생님들 처우 개선이 시급…그래야 아이들 부모 노릇도 제대로

자립준비 청년에 대한 지원에 대해 김 대표는 "매월 35만 원씩 5년 동안 주어지는 자립수당, 자립 정착금이라고 해서 일시적으로 500만 원 정도가 지원된다"고 했다.


또 "CDA 통장이라고 후원자(1명만 지정 가능)가 매달 5만원을 후원해 주면 국가에서 10만원을 만들어 줘 어떤 친구는 CDA통장에 1000만원까지 만들어 사회에 나온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감사하다"며 "이제는 아이들에게 부모 역할을 하는 (보호시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잘 양육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 처우 개선, 심리적인 상황 등도 좀 점검해 달라"고 호소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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