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적인 말을 듣고 격분해 초등학생을 폭행한 50대 남성 A(52)씨가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감형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A씨의 행위가 훈계가 아닌 폭행이라고 판단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최형철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5월 10일 대전의 한 아파트 풋살장에서 초등학생인 B(12)군 등과 함께 축구를 하며 골키퍼를 맡았다.
축구를 하는 도중 B군이 “아저씨 두개골을 깨버리자”고 외쳤다.
이에 격분한 A씨는 B군을 향해 축구공을 차고 손날로 B군 양쪽 쇄골을 4회 내려쳐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훈계 차원에서 손가락 부분으로 쇄골 부위를 가볍게 친 것이고, 피해자의 잘못된 언행을 훈계하려는 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이 있었더라도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초등학생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고, 이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A씨의 행위가 훈계가 아닌 폭행이었다는 1심의 판결이 뒤집히지는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폭행한 주된 동기나 목적이 피해자 훈계에 있었다기보다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그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설령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올바른 사회인으로 계도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아동복지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피고인의 행위를 훈계를 위한 상당한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소 당시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했다'는 부분에 대해,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한 상처는 극히 경미한 것으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에 대해서 당초 적용된 상해가 아닌 폭행죄가 인정된 것이다.
이어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이 어린 피해자를 폭행해 피해자가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만 할 뿐 진지한 반성이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심한 말을 해 피고인의 분노를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양형에 함께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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