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오상진 "졸부는 졸라 부자?…'심심한 사과' 논란, 조롱할 일 아냐"

뉴스1

입력 2022.08.25 12:06

수정 2022.08.25 13:27

방송인 오상진. ⓒ News1
방송인 오상진. ⓒ News1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이 '심심한 사과'를 두고 불거진 문해력 논란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오상진은 지난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뒤늦게 올려보는 문해력 논란에 대한 나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심심한 사과의 말이 며칠 전 트렌드를 뜨겁게 달궜다. 각종 매체에서 그에 대한 기사들이 터져 나왔고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해 논평을 내놓았다. 이 논쟁 덕에 '심심한' 날을 보내던 각종 커뮤니티는 후끈 달아올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심심한 사과' 논란은 지난 20일 트위터에서 불거진 것으로, 웹툰 작가 사인회가 예정됐던 서울의 한 카페 측이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며 사과문을 게재한 게 발단이었다.

그러자 일부 누리꾼들이 '심심하다'라는 뜻을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甚深)'이 아닌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동음이의어로 잘못 이해하면서 욕설 섞인 항의 글을 올렸다. 이에 많은 이들이 요즘 학생들의 어휘력과 문해력 저하를 꼬집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이와 관련 오상진은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빠른 인터넷의 보급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응의 속도는 빠른 반면, 문해력 순위는 계속 밀려나고 있다. OECD 내 순위는 상위권에서 중위권으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한다"면서도 언어는 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단어가 가진 의미는 시대에 따라 천차만별의 의미를 가진다. 용비어천가에서 '어린 백성'은 나이 어린아이들이 아닌 한자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었고, 표준어가 된 물방개는 사투리였으며, 내가 처음 방송할 때는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써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어는 참 어렵다. 모든 사람이 이걸 다 알 수는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할 이유도 없다. 결론적으로 이걸 가지고 싸울 이유가 없다. 찾아보라고 사전이 있는 것이며 요즘은 인터넷에 모든 사전이 다 올라와 있다"며 "문제는 지나친 자기 확신과 뭘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오만이 부딪혔을 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오상진은 "고객을 상대하는 업체가 사과하면서 조롱할 이유는 없다. '심심한'이라는 말이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순간의 화를 누르고 사전을 한 번 찾아봤다면 이런 갈등도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심심'(甚深)의 뜻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을 인용하며 "마이클 샌델은 학식을 갖춘 이들의 거드름과 무시가 사회의 갈등을 격화시켰다고 분석했다. 한 번 더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태도가 더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상진은 "졸부를 '졸라 부자'라고 해석하는 창의력에도 박수를 보내는 태도도 조금은 필요할 수도 있다.
나중에 알려주면 되지 않냐"라며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예능도 짤로 보고, 드라마도 배속 높여 보는 시대가 된지 오래다"라며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상의 흐름에 맞는 소통법과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너무 길게 쓰는 나 자신이 싫기는 하다.
나 꼰대 맞나 봐. 우울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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