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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종현-최태원 부자의 대 이은 ESG 경영…"기업 이익은 사회의 것"

뉴스1

입력 2022.08.26 10:27

수정 2022.08.26 10:27

1982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에 참석해 SKMS를 주제로 특강을 펼치고 있다.(SK제공)
1982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에 참석해 SKMS를 주제로 특강을 펼치고 있다.(SK제공)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충북 충주시 인등산 임야를 사들여 조림 사업을 진행한 결과, 1970년대 초반(위)과 현재(아래)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원 안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부인 故 박계희 여사와 인등산에 나무를 심는 모습. (SK제공)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충북 충주시 인등산 임야를 사들여 조림 사업을 진행한 결과, 1970년대 초반(위)과 현재(아래)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원 안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부인 故 박계희 여사와 인등산에 나무를 심는 모습. (SK제공)


SK가 넷제로 조기 달성 의지를 담아 지난 6월 충주 인등산에 개관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전시관에 설치된 생명의 나무 (SK제공)
SK가 넷제로 조기 달성 의지를 담아 지난 6월 충주 인등산에 개관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전시관에 설치된 생명의 나무 (SK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열린 故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사진전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8.1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열린 故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사진전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8.1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최종현 SK 선대회장 서거 24주기를 맞은 26일 SK그룹은 별도의 행사없이 조용한 추모를 이어갔다.

최 선대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하면서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으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며 조림과 인재양성에 집중했다.

아들인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 유지를 이어받아 탄소감축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 최종현 선대회장, 환경과 사회를 중시하는 경영 펼쳐

최 선대회장은 일찌감치 산림과 인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숲과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에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설립한 뒤 천안 광덕산·충주 인등산·영동 시항산 등을 사들여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임야 매입을 부동산 투자로 바라보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방의 황무지를 사들였고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어 산림녹화에 나섰다. 덕분에 50년 전 민둥산은 4500ha 걸쳐 4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 울창한 숲으로 변신했다. 최 선대회장이 조성한 숲은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에 달한다.

심은 나무는 인재양성의 밑거름이 됐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림에서 발생한 수익을 장학사업에 사용했다. 경영이 어려워지더라도 나무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장학금에 사용해 지속가능한 장학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나무를 키워 현금화하는데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우선 사재 5540만원을 출연해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설립 뒤에는 '세계 수준의 학자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매년 유학생을 선발해 해외로 보냈고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고등교육재단 장학사업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세계금융위기 등 극심한 경제위기에도 계속됐고 현재까지 장학생 4000여 명과 박사 820여명을 배출했다.

1970년대 일요일 아침을 깨웠던 장학퀴즈도 SK의 대표적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선대회장은 1973년 장학퀴즈가 광고주를 찾지 못해 폐지 위기에 처하자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단 한 명이 보더라도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며 단독 광고주로 나선 이후 2300여 회가 방영된 현재까지 50년가량 후원하고 있다.

◇ 최태원 회장, '넷제로 경영·그린 비즈니스'로 ESG 경영 업그레이드

최종현 선대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회장도 ESG 경영 실천에 나섰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관계사 각각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환경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문한 뒤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국내 기업 최초로 가입했다.

또 2050년 이전까지 넷제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결의한 뒤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를 SK가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위해 SK는 글로벌 테크기업과 친환경 기술 생태계를 구축했고 세부적으로 실천할 방법론과 구체적 목표치를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최 회장은 국내 기업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인정한 탄소배출권을 확보했고 파푸아뉴기니와 스리랑카 등 해외에서도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등 K-Forest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연세대와 강원대에 ESG 관련 강좌를 개설했다. 지난해에는 연세대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국내 최초 경영시스템 정립, 이사회 중심경영으로 발전

최 선대회장은 환경과 사회 외에 국내 최초로 체계화된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지배구조 선진화에도 나섰다.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SK의 경영철학과 목표, 경영방법론을 통일되게 정의하고 업무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도록 1979년 SK경영관리시스템(SK Management System)을 정립했다.

경영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던 시절 SKMS는 경영관리 요소와 일처리 방식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SKMS는 경영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맞춰 2020년 2월까지 14차례 개정을 거쳤고 최태원 회장은 기업 경영 목표에 이해관계자와 구성원 행복,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을 반영했다.

특히 최 회장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장기적 신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론으로 거버넌스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위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를 평가·보상하고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하거나 중장기 성장전략을 검토하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했다. 또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기는 등 내용과 형식면에서 외부인사가 중심이 된 이사회 경영을 펼치고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SK㈜ 이사회에서 최 회장이 반대표를 던지 해외투자 안건에 나머지 이사들이 찬성해 해당 안건이 가결됐다. SKC의 경우 2차전지 음극재 시장 진출을 위해 추진한 해외투자 안건이 부결되는 등 이사회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 유언으로 화장 남기고, 화장시설 기부 등 장묘문화 개선

최 선대회장이 남긴 또 하나의 업적은 장묘문화 개선이다. 평소 무덤으로 좁은 국토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화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을 강조했다.

최 선대회장은 1998년 8월 타계하면서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 SK가 장례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실제 화장으로 장례를 치렀고 SK는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에 장례시설인 '은하수 공원'을 조성해 기부했다. 선대회장 유언을 계기로 화장률이 1998년 27%에서 10년 뒤 62%, 최근에는 90%로 상승했고 화장시설 공급난도 해소됐다.


SK 관계자는 "선대회장은 기업이익이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산림과 인재를 육성해 사회와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며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더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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