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대형마트에서 추석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산 뒤 계산을 하던 40대 주부 A씨는 4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나오자 깜짝 놀라며 계산을 철회했다. 그는 과일 코너에 돌아가 집었던 상품을 다시 매대에 올려놨다. A씨는 "물건을 몇개 사지도 않았는데 가격이 너무 많이 나와 놀랐다"며 "가계에 너무 부담돼 올해는 추석 상차림을 간소화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추석 명절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물건을 집어 장바구니에 넣다보면 최소 2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고물가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차례상 비용 첫 30만원 돌파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1만8045원이다. 추석 성수품 28개 품목에 대해 전국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에서 조사한 결과다. 이는 지난해 대비 6.8%(2만241원) 상승한 것으로 추석 차례상 비용이 30만원을 넘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2019년 26만9869원에서 2020년 29만3365원, 지난해 29만7804원 등 매년 증가해는 추세다. 특히 요즘은 이달 초 폭우로 인해 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6595원으로 1년 전보다 45.2%나 뛰었다.
시금치는 삼겹살보다 더 비싸다. 시금치 1㎏ 소매가는 1년 전보다 21.5% 오른 3만2002원인데 같은 무게의 국산 삼겹살은 2만6160원이다. 시금치 값은 한 달 전에 비해선 34.4%, 평년에 비해선 74.1% 급등했다.
업태별로는 전통시장이 27만2171원, 대형유통업체는 36만392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 6.6% 증가했다.
하반기도 고물가 전망...서민 주름살 깊어질 듯
문제는 하반기에도 고물가가 시들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5∼6%대의 높은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가공식품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올 상반기 정점을 찍은 국제 곡물 가격이 시차를 두고 최근 국내 물가에 차례로 반영되고 있어서다. 수입 곡물·유지류를 쓰는 가공식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농심이 24일 라면과 과자 출고 가격을 다음달 15일 각각 11.3%와 5.7%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식품업체들이 도미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도 고물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최근 달러당 원화 가치는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같은 값(달러화 기준)의 농산물을 수입해도 이전보다 더 많은 돈(원화)을 주고 사와야 한다. 이는 국내 소매가격에 직결된다.
한편 aT의 이번 차례상 차림 비용 조사 결과는 농할쿠폰을 적용하지 않은 가격으로, 추석을 맞아 할인 한도가 1인당 2만~3만원으로 상향된 농할쿠폰과 유통업계의 각종 할인혜택을 잘 활용한다면 전년 비용 수준으로 성수품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할쿠폰은 대형마트, 중소형마트, 친환경매장, 온라인몰에서 업체 행사주기별 1인당 2만원까지, 로컬푸드 직매장과 전통시장은 3만원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행사 품목 결제 시 자동으로 할인 받을 수 있다. 온라인몰은 사이트에서 추석 농할 쿠폰을 내려받아 결제 시 사용하면 된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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