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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똥으로 먹는 물 만든다'..농식품부 제주에서 첨단 축산업 실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8 11:00

수정 2022.08.28 14:23

분뇨 처리로 먹는 물 수준…패러다임 전환
친환경·스마트화…축산업의 미래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 전경[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 전경[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가축분뇨를 정화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게 믿어지시나요? 우리 공장에서 처리한 물은 당당히 '먹는물 수질 검사표'를 통과했습니다."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에서 26일 만난 오영종 공장장은 가축분뇨를 정화시킨 물을 컵에 받아주며 이같이 말했다. 물 온도는 35도께. 무색무취의 미온수였다. 오 공장장은 실시간으로 설비를 가동해 분뇨로 정화된 물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제주도지사였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정화수를 들이마시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제주지사였던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제주양돈농협가축분뇨 공동자원화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분뇨 정화수를 마셔보고 있다(제주도 제공). 아래 사진은 가축분뇨공동자원화 공장에서 생산된 액비와 정화수.뉴스1
지난해 4월 제주지사였던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제주양돈농협가축분뇨 공동자원화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분뇨 정화수를 마셔보고 있다(제주도 제공). 아래 사진은 가축분뇨공동자원화 공장에서 생산된 액비와 정화수.뉴스1

오 공장장은 "이제 분뇨로 액비 뿐만 아니라 물도 생산할 수 있기에 전국 88개 공동자원화시설 가운데 최초로 재활용업에서 처리업으로 변경을 했다"며 "가축분뇨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같은 시설이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방문하기 전 마스크를 두 장 챙겼다. 분뇨 냄새가 코를 찌를 것이라는 생각에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악취는 커녕 공장은 푸릇푸릇한 조경에 연못에선 주황색 붕어떼가 살고 있었다. 족히 수백마리는 돼 보였다. 연못의 물 역시 가축분뇨를 정화한 물이다. '혐오시설'로 불리던 분뇨처리장의 변신이었다.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 조경[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 조경[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분뇨 처리로 먹는 물 수준…패러다임 전환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동자원화시설에서는 축산농가에서 분뇨를 모아 물리·화학적 처리를 통해 퇴·액비를 만든다. 현재 전국 총 88개소가 운영 중이며, 퇴액비화 80곳, 에너지화 6곳, 바이오연계 2곳 등이다.

오영종 공장장이 가축분뇨 정화처리시설 가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오영종 공장장이 가축분뇨 정화처리시설 가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이중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은 오염수로 퇴·액비는 물론 더나아가 방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화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농가에서 가져온 분뇨는 막여과, 역삼투압 등 6차례의 공정을 거쳐 액비와 정화수로 재탄생된다. 하루에 액비 148t, 정화수 148t, 퇴비 22t을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이용수는 현재 청소용이나 조경용, 안개분무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연못에 살고있는 붕어떼.[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연못에 살고있는 붕어떼.[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지난 6월 제주대학교 생명과학기술혁신센터에서 '먹는물 수질 검사' 적합 판정을 받았다. 대장균, 납, 비소 등 총 60개 검사항목을 통과했다. 다만 먹는물 기준은 충족했지만, 음용수로는 아직 한계가 있다.

오 공장장은 "정화를 통한 악취 저감과 재이용수 공급으로 축산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며 "아직 법제화 되지 않았지만 농업용수로 사용해 가뭄 물 부족을 해결하고 소방수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가축분뇨에서 정화된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가축분뇨에서 정화된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분뇨 처리 문제는 국내 축산업의 묵과할 수 없는 현안이다. 가축분뇨 발생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토양의 양분 과잉 및 살포지 감소, 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퇴액비화 처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별농가 퇴액비화 중심에서 대규모 위탁처리시설에서의 정화 처리 및 에너지화 중심으로 가축분뇨 처리 방식을 전환하기로 했다. 공동자원화시설의 정화처리를 늘리고, 가축분뇨를 바이오가스, 고체연료 등에 활용하는 에너지화 시설도 확대하기로 했다.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이 그 모델이 되는 셈이다.

건준목장 축사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건준목장 축사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사진=fnDB

■친환경·스마트화…축산업의 미래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건준목장에 들어서자 남다르게 높은 축사 천장이 탁 트인 느낌을 줬다. 높이가 무려 13m에 달했다. 천장도 투명 슬래브로 만들어져 쾌적한 분위기였다. 젖소들이 축사 안에서도 충분히 햇빛을 즐기는 것 처럼 보였다. 건준목장은 3만명 규모의 초지에서 가축을 방목해 사육한다. 건준목장 관계자는 "우리 소들은 행복해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친환경 축산을 추구하는 건준목장은 지난해 3~4월 잇따라 유기축산물 인증과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 건준목장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농장 바로 옆에 위치한 유기농 조사료포다. 자체 조사료포에서 유기농으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을 재배해 젖소들에게 먹이고, 발생하는 분뇨는 부숙과정을 거쳐 전량 조사료포에 환원하는 완전한 형태의 자연순환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 축산업 전환을 위해 로봇착유기를 도입했다.
로봇착유기는 세척과 착유, 소독이 한 번에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젖소들이 스스로 원하는 시간에 착유를 할 수 있어 착유시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황호진 건준목장 대표는 "젖소들이 편안히 지낼 수 있는 사육환경을 만들고자 한다"며 "로봇착유기 관련 이론교육, 설치·운영 교육 수강을 통해 ICT 전환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손주들에게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우유를 생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유기축산을 하고 있다"며 "유기축산이 가진 지속가능한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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