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다음주 초 사찰단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 단지에 파견해 안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사단은 원전 예비 부품과 방사능 측정기를 비롯한 원전 핵심 물품들을 함께 가져갈 계획이다.
WSJ은 협상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현재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 사찰단을 파견할 수 있도록 러시아 등과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단지인 자포리자 원전단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교전으로 원자로 냉각에 필수적인 전력선이 피해를 입고, 이에 따라 원자로가 녹아내리면서 대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 때문에 전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사흘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는 러시아 관리들과, 그리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사찰단 파견을 논의해왔다.
소식통 2명은 IAEA 사찰단이 다음주 초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라면서 다만 최종 세부 방문 일정과 내용은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현재 사찰단이 파견을 대비해 '서둘러 준비 중'이라고 말했고, 다른 소식통은 '다음주가' 파견하는 때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소식통은 29일에 사찰단이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IAEA는 패닉에 빠졌다. 자포리자 원전 내부 상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자포리자 원전을 비롯해 구소련의 원전 시설에서 수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 엑셀서비시스코퍼레이션의 원자력감독담당관인 모건 리비는 "체르노빌 이후 자포리자는 IAEA가 맡은 임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임무"라면서 "그 어떤 사찰도 이번 자포리자 사찰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리비는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싼 안전 문제가 심각한 수준일 수 있어 사찰단이 수주일 동안 그 곳에 머물며 시설을 점검하고 보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는 그동안 겉으로는 IAEA 사찰단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해왔지만 사찰단을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뜨릴 조건을 내걸며 사실상 사찰단의 접근을 차단해왔다.
러시아는 자국이 2014년 병합한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를 통해 사찰단이 들어와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러시아가 크름반도와 자포리자 원전단지를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유엔 기구를 통해 공식화하겠다는 심산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 조건은 우크라이나와 IAEA 모두 거부했고, 결국 러시아도 사찰단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거쳐 자포리자 원전에 접근하는 절충안에 타협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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