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3년8개월간 신차 교환 '달랑 5건'..'한국형 레몬법' 있으나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1 05:00

수정 2022.09.01 04:59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제작사 책임감 제고
결함 입증 책임, 소비자 아닌 제작사가 져야
美 도로교통안전국(NHTSA)처럼 소비자 중심 전문기관 필요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현대자동차블루핸즈 역삼현대서비스에서 관계자들이 침수차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현대자동차블루핸즈 역삼현대서비스에서 관계자들이 침수차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자동차 하자 관련 중재 현황
구분 신청 종료
교환 환불 보상·수리 등 기타
판정 취하 판정 취하 각하·기각 취하 진행불가
2019 79 0 3 0 2 3 3 10 5
2020 668 1 14 0 17 48 43 72 229
2021 707 0 44 2 67 188 110 154 263
2022(1~7월) 271 4 31 1 28 84 48 68 94
합계 1725 5 92 3 114 323 204 304 591
(*보상·수리 등은 당사자 간 합의사항, 각하·기각은 요건 미충족.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파이낸셜뉴스] 새로 구입한 자동차에 결함이 있을 경우 교환·환불해 주는 '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된 지 3년 8개월이 지났지만 교환 중재 판정을 받은 경우는 5건, 환불 중재 판정을 받은 경우는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동차 하자에 따른 중재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1월 레몬법 시행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총 1725건의 중재 신청이 접수됐다. 이중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중재심의위)의 중재 판정에 따라 교환 및 환불이 이루어진 경우는 각각 5건과 3건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비자와 자동차 제조사가 합의를 통해 교환, 환불이 이루어진 경우(취하)도 있었는데, 각각 92건과 114건으로 나타났다. 레몬법 시행 후 중재 절차 돌입에 부담감을 느끼는 제조사들이 소비자와 합의를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교환·환불보다 각하와 기각, 진행 불가 등에 해당하는 건수가 월등히 많아, 한국형 레몬법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동차 시장이 소비자 친화적이기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걸 이유로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레몬법이 작동하기 위한 3가지 전제조건 중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며 "우선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과 같이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으면 회사가 천문학적인 벌금을 질 수 있다는 환경 등 제작사의 책임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동차 결함에 대한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은 차량 결함이 없다는 사실을 제작사가 밝히도록 하고 있다. 김교수는 "레몬법은 같은 결함이 3번째 생겨야 교환해 주는데, 비전문가인 소비자들은 제조사가 다른 결함이라고 주장하면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 소비자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전문적인 공공기관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 교수는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소비자 중심의 공공기관으로 같은 차종에서 비슷한 문제가 몇 건만 생겨도 실제 조사에 들어간다"면서 "전제 조건을 갖춰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 돼야 제작사가 소비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교환과 환불을 원활히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몬법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법은 자동차 제작·유통사가 자율적으로 관련 법 조항을 적용할지를 선택해 매매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자동차 회사가 취사선택할 수 있게 해서 강제력이 없다"며 "자동차 회사 위주로 만들어진 법이 소비자를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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